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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셈법 다른 열병식

프랑스 절대왕정 전성기를 이끈 루이 14세는 군대의 일사불란한 동작과 행진이 사회 통제와 질서 유지에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서 1666년 1만8천여 명의 병사가 참가하는 호화스러운 열병식을 열었다. 당시 열병식은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해 열리는 파리 열병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대적인 열병식은 18세기 경 프로이센에서 특유의 거위걸음과 함께 치러졌다. 이후 독일 제국, 바이마르 공화국을 거쳐 나치 독일이 세워진 이후에는 군국주의와 히틀러의 취향이었던 제복문화가 어우러져 승리의 선전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열병식은 나라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사다. 군인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첨단무기를 공개해 힘의 실체를 과시, 군대에 대한 자부심과 위상을 높이는 측면이 있기에 군국주의, 전체주의 성향이 짙을수록 열병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2015년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했다. 러시아도 같은 해 5월 2차 세계대전 승전 72주년 기념행사로 모스크바 크렘린 궁 앞 붉은 광장에서 열병식을 벌였다. 당시 열병식에 투입된 금액만 8억 루불(약 160억원)이었다고 발표 했다.

하지만 군사력에 있어서 세계최강이라는 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자유주의 성향이 매우 강해 열병식을 매년 치루지 않는다. 다만 독립기념일과 국군의 날 등 특별한 행사에 소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이는 게 보통이다.

이런 미국이 오는 11월 11일 워싱턴DC에서 9천200만 달러(약 1천38억원)를 들여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려다 최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파리 열병식을 참관한 뒤 지시해 준비하던 열병식이 과다 비용 문제로 비판 여론에 밀렸기 때문이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우리도 국군의 날 70주년인 10월1일 시가지 군사 퍼레이드를 하지 않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조촐히 치르기로 했다. 반면 북한은 정권 수립 기념일인 내달 9일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 대대적인 열병식을 진행한다. 남·북·미 간에 한반도 평화체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서로 다른 셈법을 보이는 열병식이 자국에 어떤 이익을 안겨줄지./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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