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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대입제도 공론화의 함정

 

 

 

“중간고사는 시험 대신 리포트로 해주세요.” “시험을 봐야 공부를 더 하게 되잖아? 리포트는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있고…” “다수결로 해 주세요!!” 대학 강의실에서 가끔 벌어지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를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것일까? 다수의 뜻에 따른다면 시험부담 때문에 리포트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교수는 1명이고, 학생은 수십 명이므로 다수결로 하면 당연히 결정권은 학생들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그 결론에 대한 교육적 책임은 교수가 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다수결은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결정해야 할지 혼선을 빚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입학제도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수능위주 전형 비율 30% 이상 등을 담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했다. 4월에 구성되어 공론화 과정을 진행해 온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7일 ‘대입제도개편 권고안’을 제시했고 그 결과를 반영한 결론이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은 수능 절대평가의 중장기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이번 방안에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문재인정부 교육분야 핵심 국정과제인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임기 내 도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중장기 도입 여부도 불투명하다. 결과적으로 공론화위원회는 시간만 끈 셈이 되었고, 수렴된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대입제도는 현행과 별 차이가 없다.



전문적이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은 공론화 부적절

대입제도 공론화위원회는 작년 10월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한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애당초 원전문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공론화방식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 시발점은 기존의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등 수시확대 정책에서, 갑자기 교육부 차관이 각 대학에 정시확대를 요청하는 혼란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에 시민단체와 지방교육청, 대학들과 전문가들 모두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애당초 모두가 만족하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없는 사안이었다. 작년부터 시작된 대입제도 개선논의는 1년 동안 시간만 허비한 끝에 교육부로 돌아왔다. 공론화방식으로 쉽게 국민의 의견을 모아 합의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사회적 갈등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주요 현안에 정부가 책임지기 싫어 만든 것이 공론화위원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계속 건설로 결론내린 작년 원전 공론화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공론화 예산으로 46억 원을 썼고,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되면서 약 1천억 원의 손실이 났다고 한다. 이번 대입제도 공론화에도 27억 원이 소요되었다. 책임을 미루며 예산만 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한 문제일 뿐

한편 사드문제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성주 사드부대의 공사는 계속 지연되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드 추가배치는 국민의 뜻에 따른다고 했으니 또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질까 걱정이다. 모든 문제는 책임질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다. 국가의 최종 책임은 국민에게 있으니 국민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있겠지만, 전문적이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은 국민이 직접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가 결정하여 추진하되, 국민에게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다. 국민에게 결정을 미루는 것은 결국 책임을 지기 싫다는 말이다. 국민이 직접 결정할 문제와 전문가가 결정할 문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올바른 소수의견이 배척당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빠져버린다. 이미 2천 년 전 플라톤이 경고하였다. 다수의견이 늘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수많은 역사가 말해준다. 다만 자기 의사가 아닌데도 좇아가야 하는 사람이 적을 뿐이다. 그런데 다수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에서 다수의 뜻이라며 밀어붙이면 전체주의 내지 독재가 된다. 대입제도 공론화 과정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며, 그저 책임회피거나 결정장애일 뿐이다. 정말 책임을 피하고 싶으면 각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답이다. 획일적 교육을 반대한다면서 학생선발 방식은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결코 다원주의를 핵심 요소로 하는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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