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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내 아이 ‘학습 노동자’로 기를 것인가

 

 

 

 

 

자녀를 훌륭하게 기르고자 하는 마음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공통 소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 교육열은 단연 세계 최고이다. 우리나라 부모의 남다른 교육열은 교육이 자녀의 장래를 위한 투자이고 자녀의 행복을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잘못된 인식을 찾아 볼 수 있다. 부모들이 “내 자식이 생존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잘 가르쳐서 출세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윤택한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가 친구들과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의사나 판검사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잘 살기를 바란다.

얼마 전 서울에 사는 딸 내 집을 방문하여 손자의 일과표를 보고 놀랐다. 일과표 어디에도 휴식시간이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있을 뿐이다. 오후 3시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지만 가방만 바꿔 곧바로 학원에 가는 시간이다. 영어와 수학은 기본이고 예능 한 과목을 더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8시가 다 되어서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숙제와 일기쓰기가 기다리고 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공부가 아니고 훈련인 샘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신념 속에서 오직 일등만을 목표로 로봇처럼 훈련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쪼개어 악기도 배우고, 태권도도 익히고, 그림도 그린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하루 동안 아이들의 학습량을 단순 수치로 계산해보면 아침 등교 전 집에서 1시간, 학교에서 5시간, 방과 후 학원에서 이동 시간 포함하면 5시간, 늦은 밤 집에 와서 2시간, 도합 13시간이나 된다. 직장인들도 하루 8시간 근무가 고작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직장인보다 5시간이나 많은 13시간의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직장인이나 노동자와 다를 바 없이 생활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과 일터 대 신 학교와 학원으로 갈 뿐이다. 아이들은 공부로 포장된 ‘학습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을 학습 노동자로 취급하려면 주당 40시간의 학습 시간이라도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도 주당 40시간 근로를 법이 정하고 있다. 주당 40시간을 넘어가면 사용자는 초과 근로 수당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가 노동법에 의해 제재를 받는다. 아이들의 경우는 어떤가. 하루 13시간씩 주당 65시간의 학습 노동에 주말에도 8시간씩 16시간을 초과 학습 노동을 한다고 보면 무려 주 81시간을 혹사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모는 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도, 공부하는 노예도 아니다. 한참 또래들과 놀이하면서 동심을 키워나가야 할 인격체들이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 이 시기에 익혀야할 인간관계, 협동심, 기본 질서와 예절 등 최소한의 인성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성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인격체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부모라 하더라도 아이들을 마음대로 혹사시킬 권리가 없다. 아이들은 발육 상태에 따라서 적당량의 학습을 받을 권리가 있고, 부모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가정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모는 내 자식이 생존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자녀를 알파고처럼 인공지능 로봇으로 키우려는 생각을 버리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정직한 인간으로 키워 성인이 된 후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자녀의 행복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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