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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기타 하나 둘러매고

 

한동안 난타를 배웠다. 신명나고 율동적인 악기를 찾다보니 난타를 접하게 됐고 난타의 매력에 푹 빠져 신나게 두드렸다. 북이 내는 묵직하고 둔탁한 울림이 좋았고 전통소리인 우리가락과 현대음악의 조화 그리고 무음난타까지 다양한 타법으로 연주자를 흥겹게 한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여 리듬과 추임새를 놓치기도 하지만 흥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때론 힘겹고 때론 순서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북을 치다보면 답답했던 가슴도 확 풀리고 무엇보다 같은 악기를 하면서 서로간의 친분과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기는 것이 좋다.

기타 하나 둘러매고 다니는 사람들은 보면 젊은 날 모래사장에서 밤새워 노래하고 놀던 그리움이 되살아난다.

기타와 카세트 하나 들고 야간열차에서 삼삼오오 기타연주에 맞춰 박수치고 노래하며 흥을 돋우던 먼 시절의 이야기가 엊그제인냥 또렷한 것을 보면 마음은 아직 그 시절에 머물고 있나보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최고의 낭만이고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물론 시대에 따라 유행과 패션 그리고 삶의 모습들도 다르지만 그때의 뮤지션들은 기타하나 둘러매고 대학가요제를 준비했고 거기서 수상을 하게 되면 가수로서의 탄탄대로가 열릴 정도 였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가수들 중 대학가요제 출신들도 상당 수 있는 것을 보면 그 시절 대학가요제의 실력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이야 방송사마다 이런저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10대부터 다양한 계층과 장르로 도전하여 자신의 끼와 열정을 아낌없이 발산하며 젊은이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장르도 다양하여 춤과 힙합 그리고 랩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평가받는 프로그램까지 음악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우리민족만큼 흥이 많은 민족도 없다. 노동할 때는 노동요를 부르고 애경사에는 분위기에 걸 맞는 노래로 서로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주곤 했다. 무엇보다 상여 나갈 때 부르는 상여노래 즉 만가는 죽은 자를 위해 산 자가 불러주는 노래다. 상여 나갈 때 선 소리꾼이 상여에 올라서 선창을 하면 상여꾼들이 후창으로 따라주면서 죽은 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밝혀주는 의식이다. 지금은 장례 문화도 많이 변해 상여 나가는 것을 보기는 힘들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거리에서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는 버스킹하는 젊은이들도 자주 보게 된다. 우리가 열차에서 노래를 불렀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공원이나 대학가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서 건반악기나 기타하나 들고 노래를 한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고 음악의 장르가 바뀐다 해도 50·60세대들은 선술집 문화에서 해변의 문화까지 노랫가락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보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한다. 아버지 합창단도 꾸리고 1인 1악기를 배워 무대에 서는 모습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큰 비용 부담 없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민자치센터나 여성회관 혹은 노인 복지관 등에서 뜻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강습들이 마련되어 있다. 지인도 몇 년 째 기타를 배워서 음악발표회도 하고 위로가 필요한 곳에 재능기부활동을 하면서 노년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낸다. 살면서 악기 하나쯤 자유자재로 다스릴 줄 안다면 이 또한 행복하지 않은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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