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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비브리오 패혈증

1980년대 초반까지도 여름의 끝자락에 접어들면 전남 서남해안 지역에서는 흉흉한 괴담이 돌았다. 이시기 치사율이 높은 풍토병이 여지없이 창궐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수 없는 병으로 해마다 20~30명이 희생됐다. 주로 어패류를 생식한 사람이 오한, 발열, 전신 쇠약감의 증상을 보이고 36시간 정도 지나면 괴사 등 피부이상이 나타나며 사망에 이르는 원인불명의 병이었다. 특히 간에 이상이 있거나 음주습관이 있는 사람은 거의 100%의 치사율을 보이는 치명적 괴질이었다.

주민들과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이 풍토병은 3년 뒤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밝혀졌다. 원인을 규명한 사람은 프랑스에서 5년간 ‘안티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귀국한 당시 41세의 젊은 의학도 정선식 전남대 의대 교수였다. 그 후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며 비브리오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1995년 마침내 이 병의 원인균을 밝혀냈다. 2003년 2월엔 ‘불니피쿠스균’의 천적인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한데 이어 인공배양으로 대량 증식하는데 성공했다. 그 이후 개발한 백신으로 치사율 100%였던 비브리오 패혈증은 50%이하로 낮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희생자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비브리오 균이 날로 진화,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화 하고 있어 치료가 쉽지 않아서다. 28도를 넘나드는 고수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 최근 평택과 부천에서 2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 10명, 이달에 15명이 발생하는 등 올 들어 전국적으로 26명이나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비해 1.7배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각별한주의가 요망된다.

“어패류는 5도 이하로 저온 보관해야 하고, 조리할 땐 85도 이상으로 가열해 충분히 익혀야 한다. 어패류나 해산물을 사용한 도마와 칼은 열탕 소독을 해야 된다”는 매뉴얼이 예방수칙이다. 간염, 간경화 등 간질환 환자나 알코올 중독자, 당뇨 등이 있는 만성질환자의 조심도 필수다. 생활의 지혜로 삼아 건강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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