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특별기고]공공기관장 선임방식에 대한 단상(斷想)

 

정부가 공공기관장 선임방식을 ‘공모제’에서 ‘추천제’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능력 있는 후보자 중심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운영을 위해 공공기관장 등 임원 후보자 모집방식을 추천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하산인사로 불리는 정치적 임용 등 ‘무늬만 공모제’인 기존 인사 시스템의 폐해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하며 공감한다. 그렇지만 추천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적마인드, 도덕성, 전문성 등 공공기관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 제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무늬만 추천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장 선발 인사시스템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얼마 전 신문을 읽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언젠가 찾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를 알리는 ‘모수자천(毛遂自薦)’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정부 고위 인사의 언론 기고문을 접했다. 그래서 필자는 용기를 내어 모수자천과 신문고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작년 9월 필자는 민간영역에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을 공적분야에서 발휘하고자 지방공기업 기관장직 공모에 도전하여 공직에 입문했다. 지방공기업법 제3조에 “공사는 항상 기업의 경제성과 공공복리를 증대하도록 운영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회적 가치인 ‘공익성’과 기업적 가치인 ‘수익성’의 추구, 즉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기업 CEO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슴에 새겼다. 주식회사 경영자와 달리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대의명분에 사회공헌사업도 활발히 전개했다. 민간 전문경영자로서 실력을 발휘, 직원들 역량을 한 데 모아 올해 경영수지를 상반기에 상당 규모의 흑자 경영수지로 전환하도록 성과를 냈다.

6·13지방선거 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임기가 보장된 공모직 기관장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집행부에게 재신임을 묻는 게 관행이고 예의란다. 고심 끝에 필자는 용퇴를 결심하고 취임 1주년을 맞아 곧 퇴임한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민간 전문경영인 출신이 공적분야에 들어와 역량을 발휘하고 뿌리 내릴 수 있는 토양이 너무나 척박한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하고 싶을 따름이다. 경기도 내 16개 도시공사 기관장들로 구성된 경기도도시공사협의회 소속 기관장들이 처한 상황도 필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주식회사 등기임원의 임기는 구체적인 해임사유가 없는 한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지방공기업 기관장의 경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공모절차는 하나의 형식적 통과의례일 뿐, 사전 내정설이 공공연히 나돈다고 한다. 민간부문보다 훨씬 더 공정하고 엄격해야 할 공공의 인사시스템이 너무 자유분방(?)해 놀랍다. 경영의 효율성과 전문성,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지자체 산하 기관장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실로 걱정스럽다. 공모제 본연의 취지를 살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공개 오디션’ 같은 실질적인 공모제가 운영되길 기대한다.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라는 말이 있다. ‘큰산은 흙덩이를 마다하지 않고, 큰물은 가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큰 일 하려는 공공기관의 임용권자들은 정치권, 공공조직에서만 인재를 찾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민간 경영전문가들 중에서도 인재를 구하기 바란다. 천하의 재사(才士)들이 자치단체장을 신뢰해 적극적으로 공모에 모수자천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길 충언한다. 인재 선발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보장된다면 그 지자체는 인재로 넘쳐나 자동적으로 지역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