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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교육부의 헛발질

 

 

 

최근 대입제도 개편과정에서 ‘결정장애’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교육부 실정의 단면일 뿐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장관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인물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학에 관해서는 근본 철학을 바꾸지 않고는 누가 장관이라도 같을 것이다. 유치원부터 대학원, 학원과 평생교육까지 업무가 많기도 하지만, 모든 교육업무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문제다. 대학정책만 해도 주먹구구이거나 정치편향적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대학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2010년의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조항)은 아직 시행도 못하는 대표적 탁상행정이다. 강사들도 강사법을 반대해 왔다. 이 법 때문에 실제로는 강사들의 일자리만 줄어들었다. 대학 탓이 아니다. 처우개선에 필요한 예산의 부족뿐 아니라, 한 학기만 개설되는 과목도 많은데 매학기 강의를 맡기려 무리하는 대신 그 과목을 없애는 것이다. 비교육적 결과다. 또 학문적 다양성을 위해 교수채용 시 한 대학 출신이 3분의 2를 넘지 못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학부다. 학부는 달라도 같은 대학원을 나오면 학문적 성향이 비슷하고, 같은 학부출신이라도 다른 데서 학위를 하면 달라진다. 이 규정을 만든 사람이 정말 대학을 아는지 궁금하다.

교육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정책

교육부는 대학평가에서 출석을 제대로 부르는지도 체크한다. 출석 대신 교수의 별도지도를 통한 학습을 인정해 주기 어렵다. 또 대학에서 주는 학점 전체를 계량하여, 높으면 평가에서 감점한다. 재수강을 제한하거나 감점, 성적표에의 표시도 강제된다. 특정 과목에서 일정한 수준의 학습을 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교수와 학생의 몫이다. 정유라 사건에서처럼 출석이 모자라는데 학점을 준 교수를 처벌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실종된다. 학점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판단을 존중하는 선진국 대부분의 대학은 절대평가다. 대학에 대한 평가는 학생·학부모, 사회의 몫이지 정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대학별·개인별 차이를 부인하고, 교육현장을 불신하고, 획일적으로 통제하려는 교육부가 문제다. 이렇게 하향평준화 정책을 펴면서 개성과 창의적 교육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대학서열화를 고착시킨 것도 교육부다. 대입제도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 분기점은 1980년대 본고사 폐지라 하겠다. 당시 대학별로 다른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므로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학간 수준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수능 하나로 대학입시를 치르게 되자 같은 잣대로 모든 대학을 평가하니 1등부터 꼴찌까지 서열이 분명해졌다. 정치권과 교육부의 만행이다.

교육부가 없어지거나 최소한의 지원역할만 해야

출생아 감소로 곧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줄어든다. 이것도 교육부가 야기한 비극이다. 1990년대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수많은 대학이 설립되었다. 출생아 현황으로 20년 후가 예측되는 데도 그랬다. 그러나 더 불합리한 것은 당시는 자율로 했는데, 이제는 교육부가 강제로 정원을 줄이려는 것이다. 설립을 규제하지 않았다면 감축도 시장논리에 따라야 한다. 그냥 두면 사회적 평가에 따라 부실대학이 먼저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개입하면서 정치논리가 끼어든다. 최근 대학기본역량평가를 보면 다른 사업에서는 우수대학인데 제재대상인 경우도 있다. 특히 총장 등 경영진 비리로 인한 감점 때문인 경우도 있는데 왜 그 피해를 학생들이 감수해야 하는가? 문제는 더 있다. 국립대의 비중이 절대적인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20%만이 국공립이다. 그런데 교육부 평가에서는 국립과 사립의 구분이 거의 없다. 국립의 경우 교수확보율과 교비환원율의 책임은 정부에 있으므로 평가 자체가 모순이다. 교육부는 대통령직선제 국가에서 총장직선제를 강제로 없애고, 사립대의 재단비리를 막기 위한 대학평의회를 국립대에도 강제한다. 사립대도 각종 규제 때문에 자율성이 없이 국립처럼 운영되고, 국공립은 사립처럼 취급된다. 대학에서 교육을 하는 것은 교수들이지 교육부 공무원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탁상행정이 나온다. 선진국 중 교육의 전 부분을 정부가 통제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그래서 정부교체기에 교육부를 없애고 지방자치에 맡기는 안이 늘 거론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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