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삭막(索莫)한 세상

 

 

 

포천 감악산 출렁다리를 건널 때였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어린이가 용감하게 걷고 있었다. 일부 어른들은 물론이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약간의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싱글벙글 거리며 건너는 그 아이를 본 70대의 할머니가 ‘참, 용감하구나!’라고 말을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아이의 어머니가 한마디 했다. ‘왜 남의 아이를 만져요? 성추행 하지 마세요.’ 순간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후 걸음을 걷던 어느 등산객이 ‘참, 세상 삭막(索莫)하네’라고 중얼거리면서 걸었다.



점점 삭막(索莫)해져가는 세상

60대의 어느 고등학교 교장이 5살 아이가 부모와 누나랑 함께 광교산을 등산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 기특하여 어깨를 만지며 ‘야! 대장이네.’라고 칭찬을 했다. 그러자 곁에서 걷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가 ‘왜 남의 아들을 만지고 그래요? 성추행하지 말아요.’라고 말했다.

주변의 등산객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그 중 한 사람은 ‘무서운 세상이야.’라고 중얼거렸다. 과연 성추행일까? 물론 자신의 아이를 만지면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귀엽다고 아주 갓난아기를 만지는 것은 여러 가지 세균이 감염될 수 있어서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이와 상관없이 남녀라는 그 차이 하나로 모든 것을 성추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정말 세상이 점점 삭막(索莫)하게 변하여 가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불의를 보고도 모른 척 하는 사람들

밤중에 외제차를 몰고 가던 20대가 상향등을 켜고 달리자 반대에서 오는 운전자들의 눈이 부셨다. 이를 알아차린 교통경찰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로 멈춰선 운전자에게 ‘직진 도로이고 전조등으로 충분하다.’고 주의를 주자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야! 경찰이면 다야? 내 차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간섭이야?’ 항의를 하면서 휙 지나가 버렸다.

길에서 창문을 열어 획 담배꽁초를 내던진 30대 운전자를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가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면 곤란하죠?’라고 말하자 운전자가 내려서 60대의 멱살을 잡고 ‘야! 이 새끼야! 네가 왜 지랄이야?’라고 폭력을 휘둘렀다.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쳐다만 보거나 구경을 할 뿐 아무도 말리려들지 않았다.



아름다운 인정이 그리워

머리나 어깨에 손을 대면 시비 거리가 되고 불의를 봐도 못 본척해야 하는 삭막(索莫)한 세상으로 변해가는 요즈음 옛날의 인정이 그리워진다.

1960년대만 해도 시골은 물론 일반 도시의 동네에서 청소년들이 옳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에 어른이 한마디 하면 모두 그 행동을 멈추었다.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칭찬을 해도 서로가 쳐다보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남녀노소의 윤리가 살아있었고 이웃 간의 인정이 아름다웠다. 점점 삭막(索莫)해져 가는 오늘의 세상 앞에서 ‘아! 그리운 옛날이여!’라고 말을 하면 잘못된 것일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