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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소금 위쪽에 앉다’ 라는 속담이 있다. 귀한 사람이 상석에 앉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다. 중세까지만 해도 소금이 워낙 귀해 귀족들의 커다란 식탁에도 한가운데만 달랑 소금통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귀중한 손님에게는 소금이 손에 닿는 가운데 쪽 자리를 권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소금에서 먼 자리에 앉는 게 관례였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과거 소금이 얼마나 귀했는지 오랫동안 세계 각국에서 부(富)의 상징이었다. 중국 진시황은 소금 전매 수입으로 군대를 양성 했고, 로마 역시 소금세로 전쟁비용을 조달했다. 봉급(salary)과 병사(soldier)라는 말이 소금(sal)이란 라틴어에서 나온 건 병사들 봉급을 소금으로 지급했던 까닭이다.

소금 때문에 수많은 전쟁과 혁명도 일어났다.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의 무역은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소금 패권에 좌우 됐고,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 중 하나도 실은 소금 때문이다.

소금이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소금 없이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생존의 필수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체액 속 염분(0.9%)이 부족할 경우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돼 피로해지고 심하면 전신 무력상태에 빠진다. 또 소금 속 요오드의 결핍은 갑상선 확대와 함께 신경과민, 심장 박동 이상, 근육 약화를 유발한다.

그랬던 소금의 처지가 영 달라지고 있다. 이용법만 1만4천여 가지에 이르지만 식용으로서의 소금은 갈수록 푸대접을 받아서다. 미국의 경우 제설용이 51%인 반면 요리용은 8%뿐이고, 18세기 유럽인 1인당 70g이던 소금 섭취량은 현재 5g에 지나지 않는다. 고혈압과 뇌졸중, 심장마비의 원인으로 밝혀진 탓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프랑스가 염분이 많은 빵이나 쿠키 등 식품에 ‘소금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고 한다. 세계 최초다. 소금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비만세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예부터 짠 음식에 익숙한 우리나라 국민 1일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2,000㎎)의 2.4배인 3,890㎎인 점을 감안해 볼 때 먼나라 얘기는 아닌듯 싶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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