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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가을 문턱에서

 

 

 

올려다 본 하늘이 높고 맑다. 눈 시리도록 높고 푸른 하늘에 유유자적 떠도는 구름이 가을이 왔음을 말해준다. 모질게도 더운 여름이었다. 더위와 가뭄으로 모두가 힘든 여름을 보냈다.

극심한 가뭄도 태풍과 가을장마로 이어지면서 해갈 되었다. 누구보다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힘든 계절을 보냈을 것이다. 지난해 봄 가뭄이 극심해서 고생한데 반해 올 봄에는 시기에 맞춰 비가 적당히 내려줘서 수월하게 파종을 했고 이만하면 농사지을 만 하겠구나 싶던 하늘이 어느 순간 구름은 지퍼를 단단히 채우고 태양만 급속도로 달궈졌다.

저수량은 고갈되고 농작물은 타들어갔다. 땅은 쩍쩍 갈라지고 과수는 성장을 멈춘 채 잎이 말라갔다. 땅을 한 삽 파보면 사막 같다. 먼지만 풀풀 날릴 뿐 물기라곤 없으니 농작물이 견디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물길을 찾고 양수기를 동원할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하늘바래기 천수답 농사를 짓는 농가는 속수무책이다.

수확기의 고추는 말라죽고 깨나 콩도 파종한 채로 그대로다. 이대로 포기해야하나 절망할 쯤 태풍과 가을장마가 밀어닥쳤다. 물이 없어 숨을 못 쉬다가 엄청난 폭우로 농작물이 유실되고 비닐하우스가 붕괴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과수는 열과 현상이 발생했다. 과수 열과는 오랜 가뭄으로 과일의 표면이 말라 탄력을 잃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강우로 많은 수분이 과일로 스며들면서 과일의 표면이 갈라지거나 터지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물에 허기진 과일이 물을 한꺼번에 너무 먹어서 과일이 배탈이 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풍으로 낙과가 발생해 많은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올 추석 과일수급에 차질이 있겠다며 유통 관계자들은 품질 좋은 과일을 찾아 산지로 발품을 판다고 한다. 반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는 말이 실감난다.

우리 포도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봉지를 씌웠는데 만져보면 봉지가 헐렁하다. 이맘쯤이면 봉지가 꽉 차있어야 하는데 반도 안 찬 것이 많다. 봉지를 찢어 안을 살펴보면 봉지 속에서 포도가 미처 다 익기도 전에 터져있는 것이 많다.

우리야 농사를 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민들의 피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해가 갈수록 가뭄과 수해 그리고 폭염이 심하다.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보고 탄식하고 울고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농사가 잘되면 가격이 폭락하고 가격이 좋으면 내다 팔 상품이 없다보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이런저런 대책이 발표된다하지만 큰 실익은 없는 것 같다. 30대 젊은 부부가 귀농해서 아로니아 농사를 지었다. 여러 번 실패 끝에 풍작이 되었는데 이제는 판로가 없는 것이다. 농수산물 시장으로 올리자니 헐값이고 소매는 한계가 있고 인맥을 동원하여 팔아주기에 나섰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 결국엔 헐값으로 팔았다고 한다.

영세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취직 준비생을 준비생대로 알바생은 알바생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힘겨운 시간을 인내하고 있다. 제법 규모가 큰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손님이라곤 달랑 우리 둘 뿐이었다. 전기세도 안 나온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숨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청량한 가을하늘처럼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고 살기 좋은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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