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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의 시선]인사가 만사

 

 

 

춘추 전국시대 鄭(정)나라의 명재상(名宰相) 자피(子皮)와 자산(子産)의 일화를 우리의 사회적 상황과 비추어볼 본보기가 된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자피가 어느 날 윤하(尹何)라는 사람을 지방 수령으로 임명하려 하자 자산이 반대하였다. 자피는 윤하가 성실한 사람이고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부하이고, 수령노릇을 하게 되면 차츰 통치 기술도 배워 익숙하게 될 것이니 보내 보자고 주장하였다.

이에 자산이 “안됩니다. 당신이 아끼는 젊은이에게 정권을 맡기는 것은 칼도 잡아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물건을 자르라고 시키는 것과 같으니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스스로도 다치게 될 것 입니다. 또 이곳에 좋은 비단 옷감이 있다면 미숙련공에게 그것으로 옷을 짓도록 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방의 수령 자리는 대관이고 그 고을은 대읍이며 비단 옷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자리인데 정치에 문외한인 미숙련공에게 이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비단 옷감은 숙련공에게 맡겨 옷을 만들도록 하면서 제대로 교육도 안 받은 사람에게 한 고을을 맡기는 것은 백성들을 옷감만큼도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백성들을 통치자를 훈련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하자 자피가 뉘우치고 자기의 뜻을 철회하였다고 한다.

최근 정부의 개각 후문이 시끄럽다. 그중 교육관련 부처의 추천을 받은 인사에 대하여 학부모 단체를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청와대에 지명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을 넣었는데 참여한 숫자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어떻든 간에 적재적소에 적당한 인재를 중용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난 지방선거이후 수장이 바뀐 각 자치단체의 임명직에 대해서도 말들이 무성하다.

임명직에 대한 최종 권한은 단체장에게 주어진 것이라 어떤 사람을 임명하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하자가 없는 사람을 임명하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법 절차라는 것은 법이 부여한 과정과 자격에 관한 것이지 실제는 해당자의 역량을 헤아리기 보다는 임명권자의 측근 즉 대부분이 선거캠프에서 자신의 당선을 위한 역할과 공과에 따른 사람들로 임명되어진다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임명권자의 입맛과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 옳은지 심히 염려스럽다.

어떠한 단체든지 그 나름대로의 전문성과 더불어 공익적인 역할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미숙련공에게 비단을 주고 연습 삼아 옷을 짓게 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칼 한번 만져 보지 않은 사람에게 날카로운 칼을 주고 물건을 자르도록 시킨 것과 같으니 그러고도 잘되기를 기대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중앙정부를 비롯 지방자치단체의 임명권을 지닌 권력의 핵심에 자산 같이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고 자피 같이 올곧은 직언을 받아들일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 주변에 좋은 참모를 발탁하여 자신을 보필하게 하고 결정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게 하는 것도 리더의 역량이자 그릇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위해서 맡겨진 일과 그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그 일에 적임자를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크고 작은 단체를 비롯하여 우리 주변에 사람으로 인하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시끄럽다. 리더로서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각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하여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과연 비단 옷감으로 훌륭한 옷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인가. 옷감을 걸레쪽으로 망쳐 놓을 미숙련공인가, 자기반성에 철저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의 발전은 물론 자신으로 인해 종래에는 주변사람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

지도자의 몫을 지닌 사람들은 누구나 “나는 과연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서 있으며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인사에 공정했는가, 적절한 사람을 주변에 두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인사가 만사라는 가르침을 새겨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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