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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한국판 홀로코스트의 진실

일찍이 영국에서는 부랑자들은 불순분자 또는 사회 위험요인으로 취급해 탄압의 대상으로 삼았다. 1572년 행려병자법을 만들고 법에 따라 관리를 해 왔으니 역사도 깊다. 체벌 내용은 더욱 끔찍하다. 토지나 주인, 합법적 수입원이 없는 이를 부랑자로 규정하고 체포된 부랑자는 피가 날 때까지 채찍질한 뒤 오른쪽 귀에 낙인을 찍도록 했다. 낙인이 찍힌 뒤 두 번째로 체포당할 경우, 1년 내로 마땅한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중범죄에 준하여 처벌했다. 세 번째로 체포된 부랑자는 2년간 고용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형을 벗어날 수 없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일정한 주거 없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부랑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1975년 처음 나온 정부 부랑인 대책의 초점도 영국과 비슷한 보호가 아닌 단속이었다. 1980년대 들어 보호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부랑인은 눈에 띄지 않게 격리되어야 할 대상이란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저성장시대 가정을 잃은 이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노숙인이란 새 이름이 생겨났지만 부랑인을 노숙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더 컸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부랑과 노숙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했다. 따라서 정치 격변기마다 부랑인으로 몰려 강제수용을 당하고 인권유린에 시달리는 사례가 빈번이 일어났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전두환 정권 때까지가 가장 심했다. 대표적 사례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은 군사정권이 거리의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매년 3천명 이상의 무연고 장애인, 고아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까지 끌고 가 불법 감금하면서 사상 최악의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1975년부터 참상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1987년까지 ‘확인된 것’만 551명이 숨졌을 정도다. 그러나 31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제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에게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권고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다시 받게된 ‘한국판 홀로코스트’. 이번엔 덮어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수 있을까?/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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