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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김정수

아파도,

눕지 못하는 삶이 있다

- 김정수 시집 ‘하늘로 가는 혀’

 

 

 

 

참 짧은 시다. 하지만 이 두 행이 말하고자 하는 뜻은 매우 길다. 가로수는 길가에 심어진 나무다. 키를 키우고 가지를 키우고 나뭇잎들 무성히 매달아 시원한 그늘을 만들면서도 그저 묵묵한, 그 나무들이 길을 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들을 걷는다. 걷다가 달리고 달리다 걸으며 주저앉았다 다시 내달리기도 하고 유유히 걸어보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네 삶 속에는 길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 전신을 받쳐 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아파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쉽게 하지 못하고 눕지도 못하는, 한 가정 속의 가장인 그들은 내 남편이자 내 아내이기도 하다. 또한 아이들의 아빠이고 엄마이며 한 부모의 아들이자 딸들이기도 하다.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그들은 하루하루를 가족을 위해 살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옭아맨 것 같은 그 풀어낼 수 없는 굴레, 어찌 한 번쯤 그 힘든 시간을 벗어던지고 싶지 않으랴, 누구에게라도 온갖 감내하는 어려움의 순간들을 하소연하고 싶지 않으랴.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동안 녹슬고 망가진 몸은 어느 날부터인가 아프고, 문득 밀려오는 서글픔이라니, 우리는 그러한 가장들의 수고를 그 누구도 완전히 보상해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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