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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재미 가득… 일상 속 소확행

 

미술그룹 ‘그림마을’ 작가 주축
성남 수정구 일대 벽화작업 참여

40년 된 핫도그 공장 리모델링
1층엔 갤러리·작업장·목공실
2층엔 카페·마을 영화관 마련
도예·목공·리사이클링 등 주력

창생공간 ③재미


‘만드는 사람, 개발자, 제조자’를 뜻하는 메이커스는 문화적 개념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공장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던 제작 과정이 개인, 가정,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 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메이커스 문화는 제작자의 차별화된 기술과 노력,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로 완성, 다양성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창업의 대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경기문화재단은 2016년부터 창생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이 사업은 구도심, 유휴지, 방치된 공공 또는 민간 공간을 대상으로 생산이 가능한 작업공간, 예술상점, 카페, 실험실 등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안양의 이모저모 도모소, 수원의 생활적정랩 빼꼼과 칠보산마을 꿈꾸는 자전거, 성남의 창의공작소 재미, 남양주의 공도창공 수동, 오산의 미디어랩 문화전파사, 안산의 문화공간 섬자리, 고양의 별책부록 등 7개 지역에서 8곳의 창생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MAKER SPACE’라는 뜻의 창생공간은 메이커스 문화와 맥을 같이하지만, 예술가가 중심이 돼 지역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관련된 아이템을 생산하는 활동을 통해 창생공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점은 마을네트워크 조성이다.

숨어있던 지역의 이야기들은 예술가들과 만나 더욱 흥미진진하게 변신해 세상과 만나기도 하고, 낙후됐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에 본보에서는 지역의 작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8곳의 창생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 재미

‘재미있다’와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재미(在美)는 성남 신흥3동에 위치한 문화공간으로, 주력하는 제작 분야는 목공, 도예, 리사이클링이다.

재미는 경원대학교 미대를 졸업한 작가들로 구성된 미술그룹 ‘그림마을’이 주축이 돼 운영하고 있다.

1990년 구성된 이들은 미술로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했고 마을벽화그리기를 통해 노후화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5년 성남시 태평4동 지역공동체 대문벽화그리기 사업을 시작으로 성남 지역 벽화그리기에 참여한 이들은 이후 신흥동, 수진동 등 수정구 일대의 벽화 작업을 도맡았다.

회화를 비롯해 목공, 도예, 자수, 재봉 등 공예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소속돼 있는 그림마을은 벽화작업과 함께 제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러던 중 신흥 3동 노후한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 있는 40년 된 핫도그 공장을 발견, 리모델링을 통해 작업실 및 전시, 교육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1층에는 갤러리를 비롯해 작업장, 목공실, 도예실을 마련했으며 2층은 누구나 편하게 들러 쉴 수 있도록 카페와 마을 영화관, 작은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수정구 지역 벽화작업을 하며 주민들로부터 갤러리나 공연장 등 문화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림마을 작가들은 이같은 주민들의 갈증을 재미를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활동

성남 구도심 지역의 노후화된 환경과 공간의 특성상 수리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작가들은 재미에서 단순기술이 아닌 창의적 아이디어가 결합되고 낡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제작활동을 실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제작을 비롯해 도예·목공 제품 제작, 직조·염색·재봉·자수 등 수익성을 겸비한 제작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어르신 치매예방을 위한 드로잉 및 도예 프로그램 및 학교밖 청소년대상 제작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했으며 버려지는 물품을 활용해 리사이클, 업사이클 기술을 교육하는 ‘수리수리마수리’, 주민들이 제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섬유미술, 재봉, 자수 수업도 인기가 높았다.

 

 

“소소한 삶의 재미 찾을 수 있기를”

드로잉·자수·우드소품 등

생활기술 교육·제작 체험

지역 활성화에도 적극 참여

이현식 재미 대표


“재미에서 주민들이 삶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생공간 재미의 이현식 대표는 공간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림마을은 작업이 주요 목적인 작가들이 모였기에 공간마련의 주요 목적은 작업실이었다. 그러나 벽화작업을 하며 만난 주민들에 의해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고, 작업실 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작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재미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를 비롯해 쉬어갈 수 있는 커피숍, 직접 제작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작업장으로 꾸며졌다.

이 대표는 “이 곳에서 주로 가르치는 제작 기술은 도예, 생활목공, 드로잉, 섬유미술, 재봉, 자수, 우드소품이다”라며 “예술이 개인의 삶과 너무 멀리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실생활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제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간 운영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 대표는 “젊은층들은 낮시간에 취미생활을 즐길 수 없는 여건이었고, 시간이 가능한 시니어층 주민들은 수익이 되지 않는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낯설어하셨던 것 같다”라며 “무료로 수업도 진행하고, 전시 홍보를 열심히 했지만 처음에는 참여하는 주민들이 많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수업에 앞서 주민들이 공간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영화 상영이나 공연을 통해 편하게 이곳에 들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라며 “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총연합회와 MOU를 체결해 인테리어나 환경개선공사를 진행, 지역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재미를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미는 지역의 작가들이 문화적으로 지역을 활성화해보고자 마련한 공간이다. 따라서 많은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 기술을 배우고, 자신만의 제작품을 만들며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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