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양심]마음 속 진한 여운 남긴 러시아 우수리스크
[지식과 양심]마음 속 진한 여운 남긴 러시아 우수리스크
  • 경기신문
  • 승인 2018.09.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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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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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맥논단 지기나영철
한맥논단 지기나영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전 ‘환태평양경제부흥론’을 주창하며 야심차게 시작했던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블라디보스토크를 며칠 전 다녀왔다. 올해 네 번째 치러진 대규모 국제행사인데도 주최측인 러시아의 준비상황, 운영체계, 도시현장의 수용여건 등이 아직까지 열악한 편이었다. 러시아 체류 3박4일 동안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경험을 수차례 했지만서도 본행사에 참가하고자 한 목적만큼은 무리 없이 성사가 잘 되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번 ‘동방경제포럼’의 참석배경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에너지 공급국가인 러시아와 몽골 그리고 에너지 부족국가인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등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중장기적인 국가 간 에너지 공유와 협력방안을 평화적으로 모색하는 민간협의체 구성이 목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북아 전력 수퍼그리드 구축’을 제안한 이래로 에너지 공유문제를 두고 유엔(UN)을 포함한 다국적 협의가 시작되는 자리였다. 또 에너지 절대부족국인 북한과도 에너지과학, 경제협력의 분야에서 소통의 창구역할 역시 기대해볼 수 있어 큰 의미에 주목받을 만 하다.

동방경제포럼에서 처음으로 ‘동북아에너지 협력 분과회의’가 성사되기까지는 에너지 분야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글로벌 에너지 프라이즈(Global Energy Prize) 심사위원 겸 초대기후변화 대사와 UN 수석자문관을 역임한 정래권 인천대학교 석좌교수의 역할이 컸다. 필자가 소속된 ‘더 나은 내일 연구위원회’가 추진 중이던 ‘동북아평화과학포럼’ 그리고 러시아의 ‘글로벌 에너지 프라이즈’를 아울러서 결국에는 다국적 미래에너지 협의체의 기초를 형성하고 행사진행까지 직접 맡아서 이끌고 간 국제외교협상가로서의 그의 역량은 참으로 빛났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사흘을 보내고 마지막 날 일정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귀국 비행시각이 늦은 오후라 처음엔 블라디보스토크의 박물관과 관광지 등 여기저기를 여유롭게 구경하다가 공항으로 가려했으나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다녀오자는 원로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숙소에서 그곳까지 1시간30분 거리, 왕복 3시간이니 오전 일찍 출발해도 그곳에서는 오찬만 하고 돌아와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로들의 적극적인 추천과 방문의지로 모험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수리스크에 도착하여 짧은 시간을 보내었지만 모든 것이 기우였다. 그 곳에 가보니 ‘페치카’ 최재형 선생과 이상설 선생 그리고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위대한 항일운동의 영웅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어로 난로를 뜻하는 ‘페치카’는 최재형 선생의 애칭이며 춥고 헐벗은 동포들에게 향한 그의 온정과 배려심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 우연히 무역선 선장 부부의 도움으로 세계를 돌면서 견문을 넓히고 선장의 부인으로부터는 문학과 역사를 배우며 지적 소양을 키울 수 있었다. 그 덕분으로 러시아의 전쟁준비 시기에 군수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었으며, 그의 재력은 동포들을 위한 교육사업과 언론활동 그리고 독립운동의 자금으로 쓰였다.

‘동의회’, ‘대동공보’, ‘권업신문’ 등을 통해 독립운동의 대부로서 당시 그의 활약상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그가 마지막에 머물다가 일본군에 체포되었다는 작은 집도 방문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기획하고 후원한 그의 집에서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안중근에게 심문하며 등장한 의거 배후인물인 ‘김두성’이라는 가명의 주인공이 고종황제인지 최재형 선생인지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안중근 의사가 거론한 배후자 ‘김두성’은 1명(名) 2인(人)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수리스크를 떠나며 몸은 공항을 향한 버스에 실었지만, 마음은 아쉬운 여운으로 가득했다. 우수리스크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를 느꼈다. 또한 공항 가는 동안 시간 재촉을 이유로 괴롭힘을 드렸던 원로들께 미안한 마음만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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