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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질병 그리고 죽음

“한 가지 병이 겨우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기니 나의 쇠로함이 심하다.” 비만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렸던 세종의 한탄이다. 숙종은 “느긋하지 못한 성격으로 노심초사하며 식사도 때를 어겨 노췌하고 현기증이 있다”고 말했다. 늙음과 질병의 고통과 안타까움은 왕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역대 조선의 왕들을 살펴보면 더욱 실감난다. 태종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추정되는 풍질로 고통을 받았고, 오랜 전쟁에 시달린 선조는 편두통으로 고생했다. 조선 왕들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질병은 손을 안 씻는 데서 오는 종기였다고 한다. 화병, 상심 등 스트레스성 질환도 빠질 수 없다. 그런가 하면 태조·정종·태종이 뇌출혈(중풍), 세종·숙종이 당뇨병, 선조·영조는 폐렴, 문종·성종·순조는 패혈증, 연산군·현종·경종은 전염병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최고의 의료와 식생활을 누렸던 조선 왕들의 평균수명이 47세라는 기록과 세상을 떠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질병’이라는 진리를 남긴 채.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현대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세상이 변하며 질병의 종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더하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통계’를 보아도 그렇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28만5천534명으로 전년대비 4천707명 증가해 통계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루 꼴로 78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는 전년보다 15명 증가한 수치다. 남자 사망자는 15만4천328명으로 여자 사망자(13만1천206명)보다 2만3천여명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사망원인은 역시 질병이 가장 많다. 부동의 1위는 암으로, 지난해 한 해에만 7만8천863명이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암, 심장질환에 이은 사망원인 3위는 뇌혈관 질환이 차지했다. 폐렴은 사망원인 4위에 올랐으며, 당뇨병, 간 질환, 고혈압성 질환 순으로 높은 사망률을 나타냈다. 이처럼 사망 내용으로 보면 70%가 질병에 의한 것이다. 늙음과 자살 불의의 사고등 어쩔수 없는 죽음을 제외한다면 의학적인 면에서 인간의 역사는 곧 질병 극복의 역사라 할 만 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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