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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신발이거나 아니거나

 

 

 

신발이거나 아니거나

/박명숙

저것은 구름이라, 한 켤레 먹구름이라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이랴

흐르는 만경창파에 사로잡힌 나막신이라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

문수도 잴 수 없는 헌신짝 같은 섬이라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한 켤레 먹구름이라

 

 

 

 

이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 모두 반듯하게 배열을 하고 정형의 미학을 모범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3단의 구성을 취하면서 그려지는 이미지는 각각 구름처럼 부유하는 필부필부들의 인생과 살아온 날에 대한 회고이다. 박명숙의 시조는 운도 깔끔해서 시조 정신이 곧고 굳다. 이것을 바느질에 비유하자면 한 땀 한 땀 매끈하여 바느질 자국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이 시조에서 구름 이미지는 신발이 되었다가 외딴 섬으로 바뀐다. 여기에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 즉 우왕좌왕 하는 시간의식이 더해지고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이라는 표현이 합세하여 이리저리 얽혀 살다가 죽는 군상이 연상된다.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놀라서 넋을 잃을 정도일까. ‘헌신짝 같은 섬’으로 뻗어나가는 상상력은 전환을 이루면서 선연한 이미지에 여운이 강하다. /박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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