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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끈

                              /이성목



마당을 쓸자 빗자루 끝에서 끈이 풀렸다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의 갈래가 많았다



생각을 하나로 묶어 헛간에 세워두었던 때도 있었다



마당을 다 쓸고도 빗자루에 자꾸 손이 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른 꽃대를 볕 아래 놓으니

마지막 눈송이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어



남은 향기를 품고 사라지는 걸 보았다



몸을 묶었으나 함께 살지는 못했다



쩡쩡 얼어붙었던 물소리가 저수지를 떠나고 있었다



묶었던 것을 스르르 풀고 멀리 개울이 흘러갔다

 

 

이 세상의 모든 인연을 들여다보면 묶이는 꽃대와 묶는 노끈이 ‘나’와 ‘그’의 대립 항이 아니라 다같이 手動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부질없이 흘러가 버리는 세월을 부질없이 쓸어내는 빗자루가 우리이고 우리가 인식하는 인연이라는 것이다. 노끈의 ‘나’ 와 ‘그’의 관계는 기쁨으로 종결되는 추억담이 아니라 이별의 아픔으로 귀착 되는 인연이다. 그래서 더 크고 깊어진 눈으로 이 세상의 모든 인연을 들여다보고 되돌아보게 한다. “몸은 묶었으나 함께 살지는 못했”다고 웅얼거리는 화자의 애절함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인생은 선연이든 악연이든 몸을 섞어 세월을 쓸다가 묶었던 것을 스르르 풀고 다 같이 흘러가버리는 개울물 같은 것이니 악연이라고 서둘러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천년만년 한몸이 되자고 손가락 거는 사람들에게, 동전의 양면 같은 삶의 거울을 들여다보기를 넌지시 권유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채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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