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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문화예술의 자유’ 믿는 지원제도 불가능한가

 

생활문화가 유행이다. 엘리트 예술가 양성이 문화정책의 주된 목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90년대 후반 들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문화권리의 개념으로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는 과노동을 정당화해왔던 시대를 지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다양한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사회적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정책 역시 이에 걸맞는 방법과 적절한 과정을 통해 실현되어야만 의도한 바를 기대할 수 있다. 문화정책은 대체로 공모를 통한 지원이라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 지원의 방식과 구조를 비평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그리 되었는가는 요원하다.

경기문화재단은 창생공간 지원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창생공간은 동네의 작은 공간들을 거점삼아 제작문화를 만들 뿐 아니라 지식의 공유를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필자는 이 사업에 3년째 참여하면서 문화예술 현장을 지원하는 정책의 경향과 지원제도의 태도와 관련하여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하였다. 메이커스 활동과 문화지원제도의 태도라는 두 가지 부분에서다.

우리나라에 메이커스가 사회문화 양식의 개념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많은 문화현장이나 정책들이 이 영역에 호감을 갖고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장르 중심의 예술 사관을 돌파할 수 있는 단서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과거에 비해 탈장르적 시도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장르중심의 예술 활동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장르를 관통하는 예술적 의미, 동시대-기술 미래에서 예술의 사회적 위치 등을 짚어내는 시도를 들 수 있다. 연결되어 예술의 범주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창생공간 지원사업의 경우 메이커스 문화를 매개로 한 예술적 질문과 실천이 생활단위의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창생공간 지원사업의 메이커스 문화는 제작기술의 탐구 외에 삶, 일상, 생활과 연결된 접점이 많다.

또한 창생공간 지원사업은 지원제도의 태도(attitude), 문화예술 현장에 꼭 필요한 지원의 방식과 거리에 있어 의미 있는 단서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 사업은 동네에 제작실험실을 민간 주체를 통해 만드는 일종의 소규모 지역 문화기반 조성을 지향한다. 문화 지원에서 흔하지 않게 공간 임대료와 리모델링, 시설 등 메이커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계적으로 임대료의 자부담 비율을 높이고 있지만 민간 주체의 공공적 역량을 신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신뢰라는 것이 이 사업을 가능케 한다. 공간을 통해 이뤄지는 활동도 여타 지원사업이 차시, 횟수처럼 활동 프레임을 제시하고 이에 맞추기를 요구한다면 창생공간 지원사업은 공간 주체들이 공간의 특징에 따라 필요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기획해 운영할 수 있다.

공간을 통해 삶과 내밀한 문화예술 환경을 만든다는 것도 이 사업의 강점이다.

대개 사업의 경우 지원이 지속적이지 않거나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활동의 방식이 주어진 목적이나 형식에 맞춘, 단발적인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 일색인 탓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운영하는 사람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경험을 이어갈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이런 경험들은 ‘지원’이 단순히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 그치기보다 문화기획자나 예술가들이 동네에 자리하고 ‘살아가는’ 기반으로서 공간조성의 목적이 설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문화예술교육, 생활문화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자주, 일상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면 좋겠다는 정책적 바람이 나쁠 리 없다.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을 혹사해 그 목적에 이르고자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화사회라는 모두의 궁극적인 성취를 가로막는 일이다. 추위가 오기 전 3~4개월은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바쁜 시절이다. 계획된 활동을 각자의 현장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펼쳐내 보이는 일과 내년을 계획하여 각종 지원사업의 공모를 준비하는 일이 주요하다. 현장을 살피는 지원제도와 사업을 고민하는 분들이 이같은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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