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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깨어있는 주민의 조직된 힘, 동대표보고서

 

지난 9월 동대표의 중임제한을 완화하는 법이 통과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선출공고를 2회 했는데도 일반후보자가 없는 경우에는 중임 제한 후보자도 동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중임 제한 후보자는 일반후보자가 있는 경우 자격이 상실되며,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동대표가 될 수 있는 등 일반후보자보다 엄격하게 적용된다.

아파트의 특성상 동대표로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극소수이고 언론에서는 쉴새없이 동대표의 비리기사를 쏟아내고 같은 단지에서 비난과 시비, 다툼과 무질서 상황에서 선뜻 동대표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적다. 그러나 이 기회를 노린 지역사회의 오랜 집단세력이 그 지역을 흔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법령의 시행이 확정되자마자 일부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직업적 동대표’라느니, ‘장기집권 가능성’이라느니 비판적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 공동주택 관리의 많은 부분이 예전보다 엄격해지고 투명화 됐다. 많은 조치들이 개선·시행 중이다. 입주민의 30% 이상이 동의할 경우 지자체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관리비 등 47개 항목을 공개토록 했다. 또한 회계서류를 임의로 폐기할 수 없고 공사·용역 계약서를 공개토록 했으며, 비리 처벌을 강화했다. 아울러 300만원 초과 규모의 경우 전자입찰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각종 이권에 개입해 뇌물과 향응 등을 챙기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등의 소송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틈새를 노린 자생단체에 근거한 수십통의 민원제기와 생트집 잡기 등으로 공동주택단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관리비 책정과 사용 근거가 불투명해 계약 비리나 회계 부실 등 잘못된 관행의 발생이다. 그리고 보안경비, 환경미화, 소방방재 등 위탁관리업체 등으로부터 계약 청탁과 함께 금품, 리베이트를 받은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그리고 이것을 노리는 자생집단의 횡포 등이다. 또 아파트 단지 내에 각종 행사를 유치하고 돈을 받아 챙기는 행위, 이와 함께 관리사무소 직원의 공금 횡령이나 장기수선충당금을 용도와 다르게 부정 사용하는 행위, 보수공사비·용역비 등을 부풀려 청구한 뒤 차액을 리베이트로 받는 행위 등이 그 사례다.

서울시 송파에 위치한 4천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는 올해 초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는 동대표의 정원을 46명에서 37명으로 9명을 줄이는 내용의 관리규약을 개정해 27명의 새로운 동대표를 선출했다. 정원의 3분의 2를 가까스로 넘겨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게 된 이 아파트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동대표 한 두 명만 이사가거나 사퇴하게 되면 또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인근의 다른 단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지 못하는 단지가 속출해 주요사항을 의결해야 할 회의를 열지 못하거나 회의를 열어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다보니 회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 임기 내내 보궐선거를 실시하다 종료된 단지도 적지 않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지 못함에 따라 발생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의 몫이다. 이러다 보니 세입자를 동대표로 선출하고 회장도 세입자가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까지 국회에 상정되는 웃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동대표의 임기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이유는 ‘동대표는 비리집단’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이 동대표에게만 해당되고 관리주체나 다른 선출직과 자생단체에는 해당되지 않는 걸까? 현행의 공동주택 관리 관계법령은 과거의 주택법과 달리 동대표의 역할과 위반 시 처벌에 관한 사항을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동대표의 소양도 그만큼 높아졌다. 동대표의 역할에 대해 알만할 때쯤 되면 더 이상 못하게 하는, 똑똑한 동대표를 싫어하는 이상한 동대표 임기제한은 폐지돼야 한다. 동대표는 무보수 명예직의 자원봉사자다. 급여는 물론 활동비 등 어떠한 명목으로든 경제적 대가 없이 활동한다. 다만, 회의에 참석하면 소정의 회의참석수당을 받을 뿐이다. 대표회의는 공동의 재산을 지키고 관리하며 운영하기 위해 동대표로 구성된 단체다.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의 70%가 넘고 대다수의 국민이 공동주택에 살아가는 현실에서 동대표는 이들을 위한 중요한 봉사자이며 공동주택 관리의 핵심적인 축이다. 동대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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