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대성리역 버스 정류장에서

 

 

 

지인의 혼사가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전철을 이용해 내려오는데 새 신발이라 그런지 발을 몹시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머리를 굴린다. 청평역에서 내리면 십 분 정도는 걸어야 하고 대성리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하면 시간이 좀 더 걸려도 덜 걸으니 발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느 것이 나을까 생각을 한다. 버스는 바로 올까 염려가 되기는 하나 조금만 기다려서 온다면 괜찮은데 하는 생각 끝에 대성리역에서 내렸다.

전철에서 내려 뛰듯 역을 빠져나와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가 자주 있기는 하나 어떤 때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혹시라도 놓치면 한참을 기다리게 될지 몰라 서둘러 나왔는데 버스가 방금 떠났는지 정류장에는 사람이 없다. 예감이 좋지 않아 버스가 어디에 오는지를 알려주는 전광판을 보니 절망감이 찾아온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고심을 해서 내린 결론인데 염려대로 되어 버렸다. 머릿속에서는 아이고 바보야 오늘이 토요일이잖아 토요일은 길이 막혀서 버스가 제시간을 지켜서 오는 게 아니라 와야 오는 것인데 이삼십 분이면 오는 버스들이 80분 90분 기다려야 도착한다는 전광판 실시간 안내는 잔인한 고문으로 다가왔다.

20분 후쯤 도착하는 전철을 다시 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으나 혹시 또 모르지 기다리다 보면 일찍 오는 차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며 주저앉아서 기다리기를 하는데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려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의자에 앉아 있어도 발은 그냥 아프니 순간에 선택이 이렇게 고생을 하나 싶다.

사람이 살다 보면 막막할 때 이렇게 하면 더 낫겠지 저렇게 하면 낫겠지 하는 생각에 하던 일에 방향을 틀어서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그때 다행히 잘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가만히 있거나 하던 대로 하는 것만 못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더욱 속상하며 괜히 허튼짓을 해서 손해만 보고 더 어려워졌다고 스스로를 책망할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구나 싶었다.

이런 일들은 사소한 일상에서도 일어나지만 아주 중요한 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나 투자에 관해서 이런 일들이 많다. 나름의 판단이나 생각으로 투자를 해도 남들은 잘되는 것 같고 나만 안 되는 것 같아서 옮겨 타거나 매각을 하면 꼭 뒤 북을 치거나 앞 북을 지고 나가는 격이 된다. 특히 요즘 많이들 하는 암호화폐 투자에서도 그런 경향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삶이 순간순간이 판단이라는 말도 있듯이 살아가면서 수없이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겪는 일이며 알게 모르게 우리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아쉬워도 하고 환호도 하는데 사실은 깊은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고는 크게 후회하는 경우가 내게도 종종 있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단순히 오늘에 문제만이 아닌 삶의 여러 측면에서 판단의 기준을 바로 세우고 뭔가 일을 추진할 때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을 해보면 그간에 이런저런 판단의 잘못으로 인하여 많은 손해를 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내 삶에서도 뭔가를 더하기 기준보다는 덜어내는 기준을 세우고 하나하나 덜어 내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에 이르니 차라리 꼭 끼는 신발과 아픈 발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