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우리 헌법전에 ‘알 권리’는 없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달 17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실 보좌관들이 재정정보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십만 건을 불법 유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하였다. 이에 심의원은 무고 혐의로 맞고소를 하였다. 검찰은 21일 심의원실을 압수수색하였고, 심의원은 현 정부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였다. “오후 11시 이후 비정상시간대에 사용한 건수는 총 231건 4천132만8천690원,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건수는 총 1천611건 2억461만8천390원”이라고 폭로하였다. 또 지난 2일 국회에서 추가로, 세월호 미수습자의 발인식이나,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등 민감한 시기에 업무추진비가 술집에서 부적절하게 쓰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김동연 장관은 비인가자료를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려받아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였고, 심의원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청와대는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하였다. 국민의 시각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업무추진비가 정상적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위법·부당하게 집행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또 다른 쟁점은 심의원이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했는지, 그래서 공개해서는 안 되는 지다.



국민은 청와대 업무추진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궁금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으니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심의원에 따르면 불법적인 해킹이 아니라 ‘백스페이스 두 번’에 이런 정보가 떴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든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정당한 입수는 아니다. “우연히 들어간 게 맞다고 해도 두 번째 접속부터는 분명히 알면서 고의로 비인가자료에 접근한 것”이라는 재정정보원 관계자의 말이나, 190여 회에 걸쳐 최대 100만 건의 자료를 내려받은 점을 지적하는 김동연 장관의 말도 일리가 있다. 또 내려받은 자료에는 대통령의 경호와 같은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심의원이 폭로한 내용들이 모두 이런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심의원이 전적으로 옳은지, 틀렸는지가 아니다. 청와대나 기재부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은지 아닌지도 아니다. 청와대 업무추진비가 제대로 집행되는지, 기밀사항이 잘 분류되고 지켜지는지, 보안은 제대로 되는지 알고 싶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상 화이트 해커가 정부기관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알아보려고 시도만 해도 처벌될 수 있는 규정문제도 알아야 한다. 지나친 규제가 만든 허점이다. 물론 우리 헌법전에 ‘알 권리’는 없다. 하지만 국가의 주인으로서 국민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하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을 책임도 있다. ‘알 권리’는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지만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에 전제된 것으로 해석된다. input이 있어야 output이 있는 것과 같다.



국민이 진실을 알아야 정부와 국회에 제도개선을 요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여야의 공방은 “너는 잘못했고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이다. 진실을 알리고 잘못을 사과하고 제도를 고치는 모습은 없다. 정부는 자료관리가 허술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청와대 업무추진비가 모두 국가기밀일 리 없으므로 공개범위를 대폭 늘려야 한다. 심의원도 정말 국가기밀자료를 갖고 있다면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여야, 국회·정부가 솔직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를 견제할 국회의원에 대해 “국회부의장 시절 주말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김동연 장관의 발언과 “국회부의장 재직 시 특활비 6억 원을 받았다”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는 인신공격일 뿐이며,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사전 유출한 혐의로 신창현 의원을 고발한 바 있는데, 검찰은 고발 3주만에 신의원실을 압수수색하였다. 이에 한국당은 고발 4일만에 행해진 심의원실 압수수색과 공평하지 않다고 비난하고, 공수가 바뀌어 민주당은 신의원실 압수수색이 부당하다고 한다. 여야, 검찰, 청와대 모두 이런 식이라면 국민이 정말 주인이 되는 세상은 멀기만 하다. 국민의 수준을 무시한 것은 아니고, 그냥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