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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권력이 경계해야 할 것

 

 

어느 시절 도적놈 셋이 고관대작의 무덤을 도굴하여 많은 황금을 훔쳤다. 일확천금을 손에 쥐었으니 축배를 들기로 하여 한 놈이 술을 사러 갔다. 그놈은 혼자 독식 하려는 욕심에 오는길에 술에 독을 넣었다. 그가 도착하자 두 놈이 다짜고짜 벌떡 일어서더니 술을 사온 도적 한 놈을 죽도록 패서 죽였다. 그 짧은 시간에 도적 둘이 50대 50 공평히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두 놈은 기뻐하며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공평하게 죽었다. 도적 세 놈이 다죽었으니, 그리하여 황금은 길 가던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애초부터 황금을 도굴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고 황금을 본 뒤로는 세놈 다 눈이 뒤집혔음이리라 권세 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권력을 잡고 나면 안하무인(眼下無人)보이는 것이 없게 마련이라고 한다. 권력에 눈이 뒤집혀 사람이 보이지 않음이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록한 글이 황금대기(黃金臺記)인데, ‘대’는 경포대, 을밀대, 영일대, 포항 가까이의 창녕 수성대, 울산 반구대 등이 그 ‘대(臺)’이다.

세 도적놈들이 더불어 3분의 1씩 공평히 나눠 가졌다고 박수 칠 일도 아니지만, 내 것만이 옳고, 남이 한 것은 모두 적폐(積弊)로 모는 세상이되었다.

또한 욕심의 탑을 쌓아가며 마음 맞는 자들이 작당을 하여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함이라면 도둑놈이 술병에 독이 든 것을 모르고 마시듯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면서 패가망신의 길을 자초하고 마는 것이 아니겠는가?

까닭 없이 갑작스레 큰돈이 생기면 의례히 삼가 경계를 해야 하고, 갑자기 어떤 권세의 자리가 주어지면 내게 합당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망신은 물론이거니와 죽음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이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세도 권문들이 다 구치소 신세 아니던가. 한때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들도 유죄를 선고받는 재판을 보며 권력의 끝이 늘 이렇게 비극으로 종말지어져야 하는지 또 한번 비감함을 느끼기도 한다.

길을 가다가 풀뱀을 만나면 누구나 머리카락이 쭈뼛하여 멈추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황금과 권력은 곧 귀신이요, 독사다. 보면 피해야 하고,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오직 땀 흘려 얻은 것만이 진정 내 것이 아니겠는가.

옛 사람들의 금구성언(金口聖言)을 몸소 귀담아 들어야 할테지만, 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하도 미욱한 짓만 해대니 민심은 겉돌고 살기가 어렵다 하니, 안타까운 마음에 거슬러 옛 선인(先人)의 세 도둑에 대한 글을 인용하여 보았다.

한 세대전 고작 몇 전 버는 가내 수공업으로 며칠씩 밤샘을 하며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었던 시절을 거쳐, 중공업으로 도약하여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을 이룬 나라가 지금은 적폐 청산으로 연일 혼돈과 혼란이 난무한다. 40~50대 장년층은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물론 20~30대 청년층들도 일을 하고 싶어도 법으로 정해 놓은 근무시간의 규제로 인하여 마음껏 일을 못하는 그러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하고, 성과 없는 곳에는 국민의 혈세를 자기 것인 양 쏟아 붓는 것 또한 도굴로 황금을 훔치는 도둑이나 진배없음이니, 도리(道理)에 맞는 공평무사(公平無私)한 행정으로 근심걱정 없고 행복한 세상을 진정으로 그려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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