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주민자치, 정부 업무대행에서 벗어나야
[자치단상]주민자치, 정부 업무대행에서 벗어나야
  • 경기신문
  • 승인 2018.10.10 19:22
  • 댓글 0
  •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환경기연구원선임연구위원
이용환경기연구원선임연구위원

 

1980년대 지방자치가 부활되었음에도 우리나라의 실질적 주민자치는 1999년 읍·면·동 기능전환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읍·면·동사무소에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문화, 건강, 여가, 성인교육 등의 강좌와 모임 등을 운영하는 것이 전반적인 외형적 모습이었다. 이러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비록 민간의 문화센터나 건강 및 교육영역과 중복되는 점도 있으나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장소적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생활의 질 향상을 가져온 긍정적 측면도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과 함께 주민자치위원회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기능과 역할도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지역의 주민불편사항의 해소나 주민들의 상호부조 및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우수사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주민자치가 점점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주민자치사업은 2010년 이후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과 더불어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두는 발전적 제도로 정비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관계 법령, 조례 또는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사무의 일부를 이 주민자치회에 위임 또는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주민자치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제도가 준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정부의 사무를 위임이나 위탁을 받아 처리한다는 것은 자칫 주민자치회가 지방행정의 하위 일선기관화 되는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으나 기존의 읍·면·동 등 지방 정부 조직이 있음에도 그들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하였던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사업들도 주민들의 자원봉사적 성격이 강하여 지방정부가 수행하여야 했을 공공사업에 대한 주민 인력지원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가 지방정부의 하위 일선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진정한 주민자치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민자치는 ‘아래로부터’ 의사가 실현되는 것이다. 즉, 주민들의 합의된 의사가 정부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거의 중앙집권적이고 ‘상명하복’의 관행과는 다른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상의하달의 수직적 체제의 정부 운영만으로는 주민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주민자치는 전통적 정부운영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한다. 오늘날 교통 및 통신의 발달, 그리고 주민들의 높은 교육수준으로 주민자치의 역량은 과거의 일부 엘리트 관료로 구성된 정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되었다. 또한 최근 들어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의 자주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자신이 생활하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이해관계 의견을 표출하고, 집약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 중심이 중요하다. 자신들이 생활하는 지역을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 하겠다. 주민자치가 제 모습을 보이려면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공공적 업무에 주민들의 합의된 결정이 반영되어야 한다. 주민들이 공무원을 대신하여 일부의 공공사업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사항이 정부결정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다양한 공공 의사 결정을 주민들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차 및 방범이나 안전에 대한 규제일 수도 있고, 쓰레기 처리나 하수도 요금 수준의 결정 일수도 있다. 주민자치는 지역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주민들 스스로의 대화, 토론, 합의를 통하여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민자치의 발전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지역정체성을 견고하게 할 것이다. 주민자치의 발전을 통하여 공공의 관심과 이익을 수호하고 주민의 권리와 생활의 질이 더욱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