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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연어가 돌아왔다

 

 

 

연어가 돌아왔다. 금어기에 들어서기 전 남대천은 강태공의 놀이터다. 연어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물길을 따라 훌치기 낚싯대를 던지는 사람들은 즐겁기만 하다. 너른 하천과 깊은 물속에 보이지도 않는 연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신선한 강바람과 들꽃과 태풍을 무사히 마중한 하천 그리고 파란 종이에 하얀 파스텔톤의 붓질을 해 놓은 듯한 하늘은 가을이 주는 정취다. 고기 망태기는 비어 있어도 낚싯대를 던지는 것이 어찌 아니 즐겁겠는가.

연어가 돌아올 때를 손꼽아 기다리던 짝꿍도 낚싯대를 들고 한 몫 거들었다. 아이스박스까지 챙기며 단단히 벼르고 갔지만 빈손이다. 돌아온 연어를 본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어느 해는 가을장마에 쳐 놓는 그물망이 쓰러져 연어가 온 하천에 시커멓게 돌아다녔고 발 빠른 사람은 낚싯대 없이 맨손으로 잡았다. 우리도 수십 마리를 잡은 적이 있어 늘 기대를 하지만 그 후 그런 행운은 없었다.

연어는 회귀 생물이다. 치어로 세상 밖 즉 바다로 나가 한 5년 객지생활을 하다가 성숙하여 산란기가 되면 모천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옆구리에 구름 모양의 반점이 생기는데 수컷의 무늬가 떠 뚜렷하다고 한다. 모래나 자갈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으면 수컷이 자갈로 덮고 알을 지킨다고 한다. 산란을 끝낸 연어는 죽음을 맞이한다.

강 틈에 보면 산란을 끝내고 죽은 연어를 가끔 볼 수 있다. 그렇게 자연 부화된 치어는 다시 바다로 가고 산란기가 되면 어머니의 강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강에는 이정표도 없지만 어찌 몇 년 후 그 길을 기억하여 수천 km나 떨어진 북태평양에서부터 헤엄쳐 오는지, 무엇이 그들을 남대천으로 불러오는지, 그 먼 길을 돌아와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산란을 하고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경이롭다.

남대천은 산란기인 10월, 11월에는 금어기를 정하여 연어를 포획하는 것을 막고 인공부화를 하는 연구소가 있어 연어가 돌아오면 알을 체취하고 수정하여 부화시킨 후 다음해 봄 치어를 방류한다.

강 상류에 그물을 치고 연어를 가둔 후 컨베이어벨트로 끌어올려 알을 짜고 수정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배가 뚱뚱하도록 알을 품었던 연어에서 한 사발을 족히 될 만큼의 알을 짜내면 연어의 배는 훌쭉해졌고 훈제나 구이 등 요리용으로 팔려나가는 모습을 넋을 놓고 본 기억이 난다.

연어의 무리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떤 것은 찢기거나 긁혀 온 몸이 상처투성이 인 것도 있다. 그들의 여정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보를 막아 물살이 거친 곳은 뛰어오르기도 하고 물이 적은 곳은 강바닥에 긁히기도 하며 목숨을 건 사투를 하며 어머니의 땅으로 온 것이다.

회귀하는 확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고향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던가 여우도 죽을 때면 자기가 살던 굴이 그리워 그곳을 향하고 죽는다고 한다. 사람이든 생물이든 자기가 태어난 자리를 기억하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남대천 둔치를 걸으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연어들처럼 나의 어머니도 자식을 위해 온 생을 받치셨고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 또한 당신의 희생으로 오늘날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셨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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