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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정책 체감의 의미와 조건

 

올 7, 8월 더위와 가뭄이 극심할 때 수원시가 살수차를 이용하여 도로에 수시로 물을 뿌렸다.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고온의 날씨와 불경기로 타들어 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짧으나마 식혀주는 심리적 효과 또한 컸다. 추석 연휴 중에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였다. 톨게이트에서 차들이 대기하지 않아 소통이 원활해졌고 통행료 감면은 큰 액수는 아니지만 힘겹던 생업에서 잠시 벗어나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다.

정책체감도란 무엇인가? 국민 개인이 어떤 정책이 존재함을 인지하고 결과에 대해 개인적인 기대와 비교 평가하고 만족하는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책효과는 객관적·정량적 분석과 함께 체감도라는 주관적·정성적 요소가 함께 반영돼야만 검증될 수 있다. 모두에 제시한 두 가지 정책은 두 요소를 모두 충족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까? 첫째, 정책 의제(policy agenda)를 설정함에 있어 국민의 욕구 중 우선순위의 앞에 있는 것부터 시행하여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애초부터 국민들이 원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사업비가 엄청난 대규모 사업임에도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 한 사람이 밀어 붙인 것이 문제였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서 지금까지 국민들로부터 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정책시행의 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주라는 것이다. ‘보이게 일하라’라는 책의 내용을 빌리면, 왜 일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정책집행의 참여자와 그들 간 협력과정은 어떠했는지, 예산은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무슨 성과를 냈는지 등의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공개하라는 말이다.

셋째는, 정책의 지속가능성이며, 한 정책이 연속성을 유지하며 사회적·환경적으로 긍정의 영향력을 끼치며 그 정책의 성과와 교훈이 또 다른 좋은 정책을 창출하는 선순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많은 정책들이 기승전병(起承轉病)으로 흐지부지되거나 좋은 정책임에도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시행 중도에 폐지되는 경우가 많다.

넷째는,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의 대외적 신뢰도로서, 정책의 체감도와 성과를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무형 요소이다. 신뢰가 높은 기업에는 충성고객이 생기고 이들은 충성도가 낮은 고객보다 더 강한 감정표현을 한다.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품질이 다소 저하된다 하더라도 개선 가능성을 믿고 이탈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책과 정책공급 주체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지지가 체감도 확산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기무사 계엄문건을 놓고 국방장관과 한 장교가 국회에서 상하계급을 무시한 채 거짓말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엄정한 군기와 단결을 금과옥조로 하는 軍의 이미지 저하는 물론 향후 국방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끝으로 시의적절성, 즉 타이밍이다. 어떤 사회이슈가 일반 대중의 관심이 확산되고 정부의 개입을 간절히 요구할 시기에 공식의제(정책의제)로 채택되어야 한다. 정책담당자가 이 이슈를 방관하여 뒤늦게 개입하려 한다면 정책대상자로부터 비난을 받고 효과와 체감도 또한 크게 반감될 것이다. 오래 전 경기도가 5월 초에 여름철 축사 악취방지 대책 시행을 계획했으나, 지구온난화로 더위가 일찍 찾아온 것을 고려하지 못해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무릇, 정책은 계량적 평가와 비계량적 평가 두 축에 의해 평가된다. 정책시행자가 수치로만 정책효과를 주장해도 정책대상자가 체감하지 못한다면 자화자찬으로만 들릴 뿐이다. 체감도를 높이는 방법은 정책대상자의 요구와 변화 트랜드를 제대로 읽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적기에 대응하여야 하며 정책의 수립에서 집행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그들과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감성과 공감시대에는 이점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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