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낙타를 닮았네요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에게 낙타의 존재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집을 떠나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동안 언제나 함께 먹고 자고 목숨을 건 위험을 감내하면서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고 있다.

카라반들은 선조들로부터 이어오는 방법대로 텐트를 치고 사막에서 잠을 잤다. 사람들은 텐트 내부에서 잠을 자고 밖에서 낙타를 재웠다.

그 날은 다른 날보다 몹시 추웠던 것 같다. 텐트 안에서도 추워서 몸을 웅크리고 떨며 잠을 설치고 있는데 순하고 말 잘 듣는 착한 낙타가 계속 칭얼거리고 있었다. 걱정이 된 주인이 나가서 낙타를 쓰다듬어주며 추워도 참고 자면 곧 해가 뜬다고 하자 낙타가 닭의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했다.

“코가 너무 시려서 떨어져 나갈 것 같아요. 다른 건 괜찮지만 코가 없으면 어떻게 주인님을 태우고 다니겠어요.”

주인이 듣기에 그도 그럴싸했다. 그렇다고 낙타의 코만 따로 들어오게 할 수가 없어 머리를 안으로 들여 주었다. 억지로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낙타가 주인 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울면서 말을 이었다.

“앞다리가 떨어져나갈 것 같아요.”

겨우 잠이 들 만하면 뒷다리가 그리고 조금 지나서 꼬리가 춥다면서 섧게 우는 바람에 낙타에게 텐트를 내어주고 주인은 밖에서 다른 낙타들처럼 떨며 뜬눈으로 밤을 새게 되었다.

우리 집과 옆집 사이에 좁은 공간이 있었다. 골목이라고 부르기에는 좁고 뒤꼍이라고 해야 옳은 공간은 보기보다 요긴하게 쓰였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도 정리하고 LPG통도 있었고 자전거도 거기에 세웠다.

어느 날 옆집에서 찾아와 자기네가 집은 좁은데 새로 지을 형편은 안 되고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하는데 우리 처마밑까지 닿게 챙을 달아 샤워장 겸 세탁실을 만들고 싶다고 양해를 구 신축할 때까지만 사용하도록 해 주었다. 그렇게 몇 해를 지나고 갑자기 그 집 주인이 바뀌었다.

경매로 건물을 매입한 집 주인은 한 번 인사를 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선한 인상이었고 그리고 몇 해를 잘 지내다 세입자가 건물을 매입했다. 그러면서 건물을 신축하겠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지붕을 자르고 경계를 바로 하라는 요구를 했다. 그간의 내력을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 더 이상 대화는 불가능했고 그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진행을 하면서 우리에게 험한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나름의 대응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갑자기 누그러진 표정으로 찾아 왔다.

경계가 현재 건물과 다르니 신축을 해도 건물이 쓸모가 없을 것 같으니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적이 필요하니 그 땅을 잘라 팔고 이참에 함께 신축을 하면 어떻겠느냐 라고 말을 했다. 이미 속을 아는 차에 더 이상 그런 사람과 엮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 신축은 나중에 하겠다고 하자 표정이 바뀌어 이웃을 잘 못 만나 집도 못 짓게 되었다고 툴툴거리며 돌아갔다.

살면서 조금의 양보가 내 자리를 내어주게 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사소한 일이라면 몰라도 두고두고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바로 옆집에서 집이 너무 좁아 그러니 이해해 달라며 우리 집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을 우리 벽에 붙여서 지붕을 얹고 사용하더니 이제는 땅의 경계가 원래 그렇게 되었다고 우기며 신축 공사를 하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싫은 소리가 오갈 것 같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