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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한길순대

 

 

 

한길순대

/권성훈

저마다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는 순대같이

권선시장 어디쯤 한길로 닳아진 골목 있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목줄을 잡고 있던

입과 항문이 뱉어낸 구부러진 거리마다

비워내고는 충만한 생에 입김이 서려 있네

다만 터져 나오는 전생의 입구를 막고

시작과 끝을 둥글게 포개는 몸피

손발 없이 내장으로만 피어났다

오래 만져왔거나 많이 걸어온 것들의 식사

휘청거리는 전·생·애를 건너가는

고단했던 오장육부가 담긴 욕계 한 그릇

꽉 찬 창자로 텅 빈 창자에 머물다 가네

피가 내장이 되고 내장이 피가 되어

삶은 삶이 한길에서 환생하는

여기는 도솔천

 

 

 

 

대형마트가 도심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요즈음 재래시장은 그립고 반가운 공간이다. 같은 동도 아니고 조금 멀긴 했지만 권선시장을 즐겨 애용하던 나로선 고향같이 푸근한 느낌이 되살아나 그 때의 추억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입구부터 족발과 순대집이 죽 늘어서 있던 곳, 시장을 보다가 허기가 지면 가끔 듬성듬성 썬 순대를 뜨끈한 국물과 함께 우겨넣던 곳, 거기 한길순대가 있었던가? 우리는 그저 맛을 탐하고 추억을 곱씹을 뿐이지만 시인은 순대에게서 온전했던 한 생을 반추한다. 한 내장이 한 내장으로 건너가는 과정은 욕계의 한 단면에 닿아있다. 피가 내장이 되고 내장이 피가 되면 그 내장은 둘인가 하나인가. 그러기에 삶아진 삶이 환생한 그 식욕의 현장이 도솔천이라고 위트로 버무린 한길순대가 한길인 까닭이겠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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