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유산여행]남한산성을 가다 1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항상 이맘때면 나오는 뉴스가 단풍소식이다. 오늘은 단풍과 문화유산 모두를 만날 수 있는 남한산성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래서일까, 남한산성에 오를 때면 늘 47일간의 숨 막히는 전쟁에 휩싸이는 듯 하다. 조선의 국왕으로서 치욕스런 항복을 택해야했던 인조의 아픔은 남한산성 곳곳에 배어 있다.

오늘 남한산성 여행의 출발점은 산성의 중심지인 종로이다. 보통 산성로터리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옛날 이곳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종각이 있어서 종로라 불렀다.

산성 로터리를 지나 수어장대 가는 길 언덕에 오르자마자 침괘정을 만나게 된다. 은행나무 한그루가 정자의 분위기를 한결 밝게 만들어준다. 정자 앞에는 쉼터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무기 제작소로 알려져 있는 침괘정은 영조임금 때 광주유수가 ‘침과정’이라는 편액을 걸었다. ‘침과’란 말 그대로 ‘창을 베고 눕는다’라는 뜻이다. 병자호란의 치욕적인 패배를 거울로 삼아 나라 밖을 경계하고 내실을 기하자는 뜻이 침괘정에 남아 있는 것이다. 편액은 침과정으로 되어 있지만 사람들에게 불리는 이름은 침괘정이다.

인조 임금 때 침괘정에 명나라 사신이 머물렀는데 사신이 무기고 벽에 난초와 용을 그리자 비가 내리려는 징조가 나타났다. 그림 속으로 구름이 드리우더니 홀연히 용이 날아가는 기운도 일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그 이후에는 가뭄이 심하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침괘정을 지나 숭렬전으로 이동해보자. 효자 우물 옆으로 숭렬전으로 들어가는 표시가 눈에 띈다. 표시를 따라 올라가니 홍살문이 보인다. 홍살문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다 보면 온조왕과 이서를 모시는 숭렬전이 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백제의 시조 온조왕과 조선의 공신 이서는 왜 이곳에 모셔져 있을까?

전해오는 이야기는 남한산성에서 청나라 군사와 맞서 싸우던 인조의 꿈에 온조가 나타나 적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어 성벽을 기어오르는 청나라 군사를 무찔러 성을 지킬 수 있었다. 후에 인조임금이 남한산성에 온조의 사당을 짓고 정성껏 제사를 모셨는데 또 다시 온조가 꿈에 나타나 사당을 지어준 것에 감사하며 ‘혼자 있기에 적적하니 당신의 신하를 줄 수 없는가?’하고 묻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고 깨어보니 광주유수인 이서가 간밤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인조는 온조왕이 이서를 데려간 것으로 여겨 온조의 사당에 이서의 영혼을 함께 모셨다고 전해온다.

광주유수였던 이서는 산성 축성 당시 책임자였다. 이서는 장차 있을지도 모를 전쟁에 대비해 많은 군량을 모아두었지만 그가 병으로 물러나자 광주목사가 산성에 물품을 갖추는 것은 민폐라 하여 중지를 시켰다. 그러다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창고 안에는 겨우 한 달을 버틸 정도의 식량밖에 없어 이서가 전쟁에 대비해 애쓴 보람이 없어져 버렸다. 만약 이서의 군량이 모두 남아 있었다면 병자호란의 향방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숭렬전’이라는 이름은 정조임금이 후에 내려준 것이다. 숭렬전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가을의 스산함이 느껴진다.

단풍이 곱게 물든 남한산성은 유독 아름다운 모습을 뿜어낸다. 그 아름다움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역설적으로 병자호란의 상처와 인조임금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올 가을은 남한산성으로 단풍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단풍도 보고 인조임금과 당시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의 아픔도 함께 공감해보는 것도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