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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극장과 영화관

 

 

 

8월말 현재 전국의 영화관 수는 514곳, 스크린 수는 2천960개이고 좌석 수는 46만4천187개다. 그중 필름으로 상영하는 스크린은 205개에 지나지 않고 2천569개는 디지털 상영(2D)을 한다. 3D 상영을 하는 곳은 961개, 4D는 38개, 아이맥스 상영관은 16개다. 상영방식에 따른 스크린 수가 전체 스크린보다 많은 것은 같은 스크린에서 2D, 3D를 복합적으로 상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D는 보통의 화면, 3D는 입체, 4D는 입체에다 좌석까지 움직이는 것이고, 아이맥스는 보통의 화면보다 10배 쯤 큰 화면을 가리킨다. 경기도의 경우 영화관 수는 112개, 스크린 수는 678개다.

한국에 극장이 생긴 것은 1902년, 개화기 무렵이다. 협률사(協律社)는 판소리, 탈춤 등을 공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실내 공연장 역할을 했다. 그 이전에는 고정된 시설의 공연장이 없었다. 남사당이 주로했던 줄타기, 탈춤 같은 전통 놀이는 동네 빈터나 강변 모래밭 등 적당한 자리를 잡아 한판을 벌이다가 공연이 끝나면 걷어치우면 그만이었다. 무대시설이나 조명, 음향장치 등을 갖추지 않아도 되었다. 어디든 자리를 잡으면 그곳이 공연장이었고, 걷으면 아무 흔적이 남지 않았다.

영화 상영장의 등장은 1903년 6월 무렵인데, 당시 서울 시내의 전차공사를 하고 있던 미국인 헨리 콜브란이 지금의 동대문 근처 전차차고 겸 발전소 부지 안의 빈터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화를 상영한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특별한 시설 없이 야외 상영을 한 것이어서 어두워져야 상영을 시작할 수 있었고, 비가 오면 쉬어야 했다. 처음에는 상영장소에 대한 특별한 명칭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영장소와 연결하여 ‘동대문활동사진소’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1907년 무렵에는 ‘광무대’라는 극장으로 바뀌었다. 그사이 극장으로서의 시설도 갖추었다.

1907년 무렵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극장이 등장한다. 단성사를 비롯하여 장안사, 광무대 등이 문을 열었는데, 영화의 대중화와 맥을 같이한다. 1910-20년대를 넘기면서는 고등연예관, 우미관, 황금관, 조선극장 등이 문을 열었고 인천에서는 애관(愛館)이 1924년에 개관했다. 영화는 개별 작품에 따라 흥행성과의 차이가 컸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1960년대를 ‘한국영화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배경에는 한국영화제작 편 수나 내용의 발전과 더불어 영화의 인기가 그만큼 높아졌고, 그에 따른 극장 수, 관객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을 포함한다.

극장은 영화의 산업적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오랫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위험하고 불결한 장소로 비난을 더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어서 풍기문란이나 폭력, 절도 같은 문제들이 자주 일어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잠재적 우범지역으로 여긴 것이다. 요즘은 입장료를 카드로 결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랫동안 극장 입장료는 외상없는 현금으로만 했다. 소문난 영화를 상영하거나 인기가수의 순회공연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돈을 자루에 쓸어 담았다’고 할 정도로 큰 수익을 내는 일이 흔했다. 자연스럽게 주먹패 건달들이 극장을 거점 본부로 삼는 경우가 생겨났다. 김두한이 우미관 극장을 본부처럼 사용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옛날 시절, 학생들의 극장 출입을 단속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극장은 우범장소’라는 인식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단일 건물에 한 개의 스크린을 가진 단관(單觀) 극장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여러 개의 상영장을 갖춘 멀티플렉스가 대세다. 좌석은 넓고 공간은 쾌적하다. 앞줄에 무릎이 닿거나 앞줄 관객에게 가려 화면이 보이지 않는 일도 없다.

지금의 영화관에는 무대 시설이 없다. 예전에는 쇼도 하고 연극도 했지만 지금은 영화만 상영한다. 영화관은 누가 뭐래도 가장 인기 높은 대중 문화공간이다. 한국영화의 성장과 발전에 영화관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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