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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는데 비리 유치원 아이 맡기자니 울화통

속타는 학부모들
“옮길 수도 없고 답이 없다
정상화 약속 믿을 수밖에”

일부 유치원 비상식적 행동
“원생 안 받아, 폐원하겠다”
교육청 “일방적으로 불가”

“유치원에 안보낼 수도 없고, 비리가 적발된 것을 뻔히 알면서 모른척하고 보내자니 분통이 터집니다.”

▶▶관련기사 2·18면

18일 만난 수원 장안구에 사는 이모(38)씨는 최근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10여건의 비리가 적발된 사실을 알고 이처럼 분개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 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던 원장의 말이 떠올라 매일 아침 통학버스에 아이를 태워 보낼때마다 화가 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학부모들의 집단 항의가 이어진 화성시 동탄 환희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들의 고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유치원 원장 A씨가 17일 고개를 숙였지만 학부모들은 “용서를 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울화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결과에 따르면 A씨는 교비로 명품 가방을 사고 숙박업소와 성인용품점, 노래방 등에서 약 7억원을 부정하게 사용했다. 감사결과 파면 조치를 받자, 총괄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사실상 원장으로 활동했다. 두 아들도 행정업무를 담당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정상화를 약속한 A씨의 약속을 믿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이 유치원 재학생만 1천명이 넘는데 한번에 옮기는게 가능하겠느냐”며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려면 빈자리를 찾아 대기를 걸고, 추첨권을 받아 당첨돼야 한다. 또 옮긴 곳이라고 비리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약속을 믿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환희유치원학부모 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유치원 비리가 적발된 후 일부 학부모들은 휴가를 쓰며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았지만, 결국 다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유치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정상화를 해서 운영을 바로잡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학부모들의 공분을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공식사과 직후 감사결과를 공개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비리의 원인을 교육부 회계 시스템 문제로 돌리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옮겨봤자 똑같다’는 절망감도 퍼지고 있다.

또 일부 유치원에서는 “내년부터 원생을 받지 않겠다. 폐원하겠다”며 학부모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정원 조정과 폐원을 유치원에서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없이 폐원 등을 일방적으로 할 경우 설립자에 대한 형사고발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안직수기자 js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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