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선집중]1%의 나눔이 99%를 채운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은 성공의 아이콘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성공 말고도 또 있다. 나눔을 아끼지 않고, 또 나눔의 문화를 전파하려 노력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기부를 한다. 이런 기업인이나 리더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결국 나눔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이 돈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을 뿐”, “내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고 보통 사람이 되는 것”. 이 말은 철학자가 한말도 아니고, 어느 작가가 한말도 아니고, 어느 기업가가 한말은 더욱 아니다. 영화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으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홍콩 톱스타 주윤발(저우룬파·周潤發)이 지난 8일 대만 ET 투데이 등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전 재산 56억 홍콩 달러(한화 8천1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한 달 용돈으로 약 12만원, 스케쥴이 없을 땐 버스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등 그의 검소한 생활은 유명하다. 그는 2010년부터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해왔는데 이를 재차 밝힌 것이다.

우리는 종종 “나도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만큼 벌고 나면 나눔과 기부를 하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눔은 내게 넘치는 것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나눔의 실천은 이웃이나 사회공동체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활동으로 ‘기부’ 행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나눔 활동과 기부가 활발해졌지만, 아직까지 1인당 연간 기부액이 미국의 1/120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나눔과 기부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듯하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나눔과 기부를 ‘가진 자’의 여유이자 특권으로 여기는 편견부터 바꿔야 한다.

내가 가진 물질적인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 더불어 사는 나눔의 지혜는 발휘할 수 있다. 예컨대, ‘프로보노’와 같은 재능 기부도 훌륭한 나눔이다. 공익을 위해 자신의 전문성과 지식을 나눠주는 프로보노 활동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나눔이다. 고학력의 전문지식이 아니라도 손재주가 있는 사람은 집을 짓는 것을,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정보화 교육을 할 수도 있다.

경제 활동에 여념이 없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혹은 학생들에게 나눔이 중요한 이유는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윤리적인 이유 말고도 또 있다. 나눔은 ‘공감능력(Empathy)’을 필요로 한다. 공감능력이란 내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줄 알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 할 때, 이미 더불어 살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가게에 찾아온 손님과 공감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고, 협업의 바탕이 되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이가 면접관의 눈에 먼저 띈다. 공감능력이 발달된 사람이 나눔에 적극적이고, 나눔에 적극적인 사람은 공감능력을 갖춘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나눔은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지혜라고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줄 때, 뺄셈의 법칙이 아니라 덧셈, 나아가 곱셈의 풍요로운 보답으로 되돌아온다. 진정한 리더가 되고 싶고, 공동체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자영업, 혹은 한 조직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눌 줄 아는 성숙한 의식도 갖춰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공동체가 붕괴되고, 이기주의가 팽배한 곳에서는 나의 희망과 미래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