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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삼대 거짓말 종말에 느끼는 비애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서 우리는 개발 붐을 통하여 전국 어디서나 상전벽해를 넘어서는 변화를 보아 왔기에 그 말에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말은 이와는 다른 말로 말 자체에서 상전벽해를 느끼는 이야기라고 해도 될 듯싶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 중에 신이 허락한 ‘삼대 거짓말’이란 것이 있다. 요즘에 와서는 말 자체는 그대로인데 그것이 품은 뜻은 거짓을 풍자한 말임에도 거짓보다는 진실이 되어버린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 말은 다름 아닌 노인들이 자조적으로 흔히 말하는, ‘젊은것들아 늙은이 대접 좀 해라’하는 의미가 살짝 담긴 “빨리 죽어야지, 빨리 죽어야 해”하는 말이며, 또 하나는 처녀들이 말하는 “나는 시집 안 갈 거야”이며, 세 번째는 장사꾼의 뻔한 거짓말인 “밑지고 파는 겁니다”이다.

이 말들이 그간은 어느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이라 했고 말 그대로 삼대 거짓말이었으며 사실이 그랬으며 누군가 뻔한 거짓말을 하면 예로 들어 들먹이며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태가 바뀌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그 말들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노령인구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질병과 생활고에 찌들어 고통스러운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고 한편에서는 살기보다는 죽기를 바라는 노인이 늘어가고 있으며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스로 세상과 이별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노인들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런 문제들이 남에 문제만이 아닌 우리들의 문제인 것이다. 정부에서도 노인복지 문제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니 좋아지겠지만 결코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지금의 노인들이 이 나라를 가난에서 구해놓은 장본인들이나 정작 자신들의 노후 대책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어찌 보면 불행한 세대이기도 하다.

한편 과년한 처녀가 시집을 안 가면 부모의 걱정은 물론 뒷말이 생기던 시절이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결혼 적령기마저 30대 중후반으로 늦추는 게 하니라 아예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안 하는 여자들이 늘고 있으며 시집 안 가는 여자들을 능력자로 바라보는 세상이 되고 있으니 처녀가 시집을 안 간다는 말도 이제는 거짓이 아닌 진실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밑져가며 판다는 장사꾼 말에서 예전에는 희망이 보였으며 삶의 의지가 넘쳐흘렀다. 그러나 요즘은 밑져가면서 판다는 장사꾼의 말속에는 희망이 아닌 절망이 가득한 모습이 보인다. 그만큼 장사가 어려워졌고 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우스갯소리로 신이 허락한 거짓말이라 하면서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거짓말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던 세월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세월이 흘러 강산만 변한 것이 아닌 말의 의미도 상반되게 변하여 삼대 거짓말이 삼대 진실이 되어가는 세월에 맞닥뜨리니 진실만이 좋은 것이 아니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수확의 기쁨이 가득한 가을이라지만 싸늘해진 날씨에 낙엽 우수수 떨구며 지나는 바람이 가슴속까지 서늘한 기운을 들여보내니 벌써부터 올겨울이 춥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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