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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네가 해라 적폐청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 최대의 화두였음은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이를 담당하는 법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법행정권남용, 사법농단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재판에 사법행정처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아직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수사과정에서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대부분 기각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현 사법부의 해결의지가 의심받고, 특별재판부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한 의구심은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김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다짐하였는데, 대법원장의 이런 말 자체가 또 다른 사법농단이 될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제주 국제관함식 참석 후 강정마을을 찾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의 불법행위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들에게 “재판이 확정되면 사면복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사면 약속은 담당 재판부에 대한 엄청난 압력일 것이다. 사법농단 방식으로 사법농단 사건을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였다.

 

정부가 바뀌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적폐청산이 안된 것

 

요즘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다.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를 통해 많은 사건들이 드러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낙연 총리의 연설문작성 및 이를 위한 회의에 총리실 직원이 아닌 민간인이 참여해 주도했다고 한다. 이 중 한명은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참여하고 980여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위법성 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민간인 최순실씨가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것이 발단이 되어 결국 탄핵에 이르게 된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또 야당이 연일 문제제기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사건’은 아직 전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올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1천285명 중 108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라 한다. 이는 지난 정부시절에 발생한 강원랜드의 채용비리 사건과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일까? 강원랜드사건은 수사외압 사건으로 번졌다.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던 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은 수사외압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지난 9일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 비판했는데, 이것은 검찰에 대한 압력행사가 전혀 아닐까?

 

사람만 바꿀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과 비리근절 분위기 확립이 필요

 

이낙연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부동산 가격급등 문제해결을 위하여 금리인상을 압박했고 여당도 동조하였다. 지난 정부시절 정부의 압력으로 한국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했고 그것이 현 부동산문제의 원인이라고 비판하는 현 여당이 반대로 한국은행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야당시절이던 2016년 ‘공영방송사장 임명시 3분의 2 이상 찬성’을 도입해 정권 입맛대로 임명된 사람이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을 막자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현재는 야당이 이를 주장하고 여당이 된 민주당은 반대한다. 한편 한국당이 여당시절, 합의가 안 되면 5분의 3 이상 찬성해야 안건상정이 가능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고자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못했다. 지금은 여당인 민주당이 원하지만 야당이 된 한국당이 동의하지 않는다. 또 박근혜 정부시절 가짜뉴스 근절대책에 대하여 언론탄압이 될 수 있다고 반대했던 민주당이 지금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하여 앞장서고, 반대로 한국당은 언론탄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적폐청산이 인적청산에 그친다면 정치보복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바뀌어도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은 진짜 청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적폐청산은 사람이 아니라 제도를 바꾸고, 비리를 저지를 수 없도록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보조금비리처럼, 해결은 하지 않고 ‘폭탄돌리기’만 하면서 “네가 해라 적폐청산”이라 한다면 우리의 내일은 암울할 뿐이다. “그와 똑같아지지 않는 것이 가장 고상한 복수”라고 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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