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사회]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with you로 답하자
[시민과 사회]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with you로 답하자
  • 경기신문
  • 승인 2018.10.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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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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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수원여성의전화 대표
정선영 ㈔수원여성의전화 대표

며칠 전 회의가 있어서 대구로 출장을 갔었다. 회의시간에 쫓겨서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대구역 광장으로 나오는 출구 옆에서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데 “선생님”하고 뛰어와 팔을 잡는다. 가까이서 보는데도 바로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 몰라요?” 묻는데도 어색한 미소로 답하고 얼굴을 찬찬히 보니 그때야 기억이 났다. 반가움과 미안함에 이런저런 짧은 안부를 묻고 저녁에 다시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회의를 하는 내내 직업적 촉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는척해주는 것이 감사했지만 잘 살고 있겠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계속해서 궁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금은 성인이 되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 18세였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기는 했지만, 수원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조사실에서 마주한 그녀는 가출을 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말끔한 모습은 아니었다. 단발머리에 조사를 받으면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철부지 십대였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사건지원, 의료·상담을 진행하다가 1년이 지나서 연락이 두절되었었다. 현장에서 만나 지속적인 관계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지만 인권지원을 하다가 자동으로 연락이 끊긴 여성들도 있다. 만나고 연락이 끊어진 여성들을 내 머리 속에서 다 기억을 하고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그녀들은 대부분 여성폭력피해경험 여성들이다. 특히 성매매경험을 한 여성들이다. 때로는 그녀들은 탈성매매하고 난 후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해서 개명부터 새로운 진로를 찾고 여기에서 지원받았던 기억조차 잊고 싶어하기도 한다. 또는 현장에서는 공부하고 그 험난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당사자활동가들도 있다.

성매매경험이라는 것이 그녀들에게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그녀들을 ‘창녀’, ‘윤락녀’ 등의 호칭으로 호명했었다. 이 낙인과 비난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는 이들을 사회에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데 쉽지가 않다. 또한 자발과 비자발 프레임에서 성매매를 여성폭력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한국사회는 지난한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성매매를 범죄화 해왔다. 그리고 군산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으로 인해서 인권으로 성매매를 바라보고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다.



‘짜증이 난다. 아파서 짜증인 나고 눈치 보여 짜증이 나고…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 모든 걸 잊고 죽고만 싶다. 인간에게 질려버리고 짜증이 난다. 남자, 남자, 남자가 싫어진다. 아프기 싫은데 자꾸 아프니까 싫다. 나! 나 좀 도와주세요. 제대로 인간답게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 이 정도면 옛날에 죗값은 다 치른 것 같은데…’

<군산화재사건에서 발견한 피해자에 일기장에서>



이 일기장에 적힌 글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어떻게 소환하고 있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 일로 여기지 않기에 무관심하거나 모른척 해왔다. 그 민낯을 보여주기 싫은 우리의 태도를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성매매는 그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권의식을 보여주는 미터기이다.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매매는 불법을 합법화처럼 여기게 하며 돈으로 언제나 자신의 욕망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상식화시킨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권력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범죄이다. 성매매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도 일상화된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내 문제로 인식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그래서 시민으로서 주체성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민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여성폭력 없는 세상을 희망하고 상상하며 행동하는 나는 법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래 그래’, ‘그게 정상’이라고 여기면서 굳혀진 신념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이동하는 것을 인간에 대한 감수성으로 바라볼 줄 아는 관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늘 옳을 것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위해서 끝없이 성찰해야 한다. 이것이 시민으로서 이 사회에 주인이 되어 참여하는 것, 바로 ‘민주주의’라고 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일상화, 지속화시키는 성매매 문제에 with you로 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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