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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과거사도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2009년 3월 7일, 한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그 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녀의 이름은 장자연. 고인은 유서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리는 문건을 남겼다. 이 명단에는 이른바 성상납 대상자 30여명의 이름이 들어있었다. 이들에게 100차례나 성 접대를 했다는 것이다. 30여 명은 유력 언론계 인사와 기업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방송사 PD 등이었다. 고인은 그동안 소속사 전 대표 등으로부터 성접대를 강요받았으며 강제 추행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발생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이 사건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고인과 친분이 있었던 동료의 증언이 소개돼 또 다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TBC는 지난 1월 8일 고인의 당시 상황과 소속사 대표의 폭행이 두려워 술자리에 나갔다는 동료의 진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사 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기록엔 술자리에 참석한 인물들과 장소도 언급됐으며 곳곳에 고인이 억지로 술자리에 불려갔던 정황이 나타나 있다. 최근 방영된 JTBC 뉴스에서도 한 동료는 고인이 생전에 “어머니 기일에도 술 접대에 불려나갔다”며 “참담한 현실에 목 놓아 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해 충격을 줬다. 또 다른 동료도 고인이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는 잦은 술 접대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었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 수사는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국민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명단에 포함돼 성 상납 관련 혐의를 받은 사회 유력인사들은 조사 결과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당시 검찰은 고인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를 폭행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하는 정도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따라서 사건의 은폐와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지금까지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 축소·은폐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다고 보고 지난 7월부터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을 통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은 28일 “장 씨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초기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수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왜 그랬을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말처럼 ‘이상한 배경’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납득할 수 있는 조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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