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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취업성공 대책의 실패 막으려면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지인이 찾아왔다. 명절 즈음이나 사회 현안이 있을 때는 가끔 만나 막걸리를 기울이며 의견을 나눠오곤 했던 사이다.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업무를 새로 맡게 됐으며,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일단 축하한다는 말은 전했지만 다음 말을 잇기가 당혹스러웠다. 대개 이런 때는 사업이 잘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럼 경제와 취업이 어렵다는 것이고, 반대로 취업이 잘 되면 궁극적으로 이 일이 필요가 없어져 지인의 일자리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약 10년 전부터 시행 중인 저소득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고용지원 프로그램이다. 구직자가 취업 지원을 신청하면 먼저 상담과 진단을 통해 진로를 정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직업훈련과 창업지원 그리고 취업 알선도 해준다. 동시에 구직과 훈련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취업에 성공하면 수당도 줌으로써 특히 청년들의 구직을 유도한다는 게 취지다.

며칠 전, 이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해 온 전국 600여 개 민간위탁기관들이 지난 6월부터 사업비를 정부로부터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해 극심한 취업난으로 구직자들이 몰리면서 예산이 부족해 불가피했다는 정부의 해명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구직자를 더 이상 모집하지 말라고 통보를 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취업수당이나 청년수당으로 불리는 지자체 지원정책과 경쟁하며 갈등을 일으키며 가뜩이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일자리 만들기를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의 고용지원 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고용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 같은 정책이 실제 고용확대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으로 취업에 성공한 청년 4만여 명 중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한 비율은 45.5%로 절반이 못 됐고, 월평균 150만 원 이상 임금을 받은 청년은 46.7%에 불과했다고 한다. 취업률에 집착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했다는 얘기다. 취업난을 해결할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은 없는 걸까?

집을 사고파는 것과 비교해 보자.

먼저 집을 사려는 사람도 많고 팔 집도 많은 경우다. 이런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선택의 폭이 넓으니 이런 때는 중개인이 필요하다. 중개인 입장에서도 꽤 재미를 볼 수도 있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 시대의 일자리 모습이다.

이번에는, 살 사람은 많은데 팔 집이 매우 적은 경우다. 집값은 오르고 집을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중개인이 할 일이 별로 없다. 지금의 일자리 문제다. 마지막으로, 팔려고 내놓은 집은 많은데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로, 이건 더 큰 문제다. 인구가 줄어 일할 사람이 없고 결국 산업과 경제성장이 후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팔 집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경우다. 역사적 경험이 말해주듯 산업의 형태와 구조는 끊임없이 변하고, 그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력과 기능도 크게 변한다. 그 뿐인가. 지금의 저출산 현상은 조만간 인력의 부족이라는 또 다른 재앙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미래의 산업이 어떤 인력을 원할지, 공급은 어느 정도일지를 고민하며 유연한 수급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또 다른, 더 큰 문제와 마주칠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그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막걸리라도 한잔 하자는데 일이 밀려있어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게 아쉽고 미안하다. 아마도 야심차게 하던 일이 벽에 부딪힌 답답한 마음이었으리라. 제대로 된 산업과 교육정책으로 일자리 대책이 신나는 중개업이 되기는커녕, 취업 지원사업의 위탁기관의 수많은 직원들까지 구직의 대열에 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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