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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거리에서 외친 여학생들 목소리 경청해야

중·고교 여학생들이 급기야 거리로 뛰쳐나왔다. 전국 각지 여학생 모임 등 30여 개 단체는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인 3일 서울 도심에서 ‘스쿨미투’ 집회를 열었다. 학교 내 미투(Me too) 운동을 일컫는 스쿨미투가 200여일이 지나자 교문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교육·사법 당국과 학교가 스쿨미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덮고 넘어가기에 급급했던 탓이다.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는 명칭의 스쿨미투 집회는 학교 현장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들의 목소리는 학교에 만연된 구조적 성차별 문화와 성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준다. 학식과 덕행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교사가 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성세대는 고개를 들지 못할 처지가 됐다.

스쿨미투는 지난 4월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이 불을 붙였다. 이 학교 학생들이 ‘#ME TOO’(나도 겪었다), ‘#WITH YOU’(당신과 함께) 등을 적은 메모지를 창문에 붙이면서 스쿨미투는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용화여고에서는 교사 18명이 성폭력으로 파면·해임·정직·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광주의 모 고교에서는 전수조사 결과 학생 180여 명이 교사들에게 성적인 모욕이나 추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학교 교사 2명을 구속기소 하고 17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이 스쿨미투를 제보한 65개교 가운데 전수조사를 시행한 학교는 27개교에 불과했다. 일부 사립학교는 성범죄 교사 징계 권고도 수용하지 않았다.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스쿨미투에 “너희가 어떻게 선생님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교사가 윽박지르는 등 2차 가해도 있었다고 한다. 전국 각지의 여학생들이 교실을 뛰쳐나와 학교 밖에서 스쿨미투를 외치는 이유다.교육·사법 당국과 학교는 이제라도 학생들의 요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학내 성폭력 실태조사, 재발 방지책, 피해 학생 보호와 양성평등 문화 확산 방안 등 학생들이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학생들은 집회에서 “스쿨미투는 끝나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또 “우리의 이야기는 교실 안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교문을 벗어나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외쳤다. 관계 당국과 학교는 이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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