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아빠와 오빠 사이

 

은행잎 노랗게 물든 거리 연인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걷는다. 만추의 멋을 한껏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예닐곱은 된 듯한 여자아이와 두어 살 어려보이는 사내아이 그리고 아이의 엄마 아빠 이렇게 넷이서 행복해 보인다. 샛노란 은행잎을 줍기도 하고 가끔은 은행나무를 껴안아 보기도 하면서 노란 카펫을 깔아놓은 거리를 걷고 있다.

큰아이가 은행알은 왜 냄새가 나느냐는 물음에 엄마는 아빠에게 물어보라며 답을 돌린다. 글쎄 왜 지독한 냄새가 날까 하며 아빠가 답을 얼버무리자 오빠는 그것도 몰라 하며 핀잔을 준다. 분명 부부인데 호칭은 오빠다.

단란해 보이는 그들의 대화가 실망스럽다. 아이들은 아빠라고 부르고 아이엄마는 오빠라 부른다. 아빠와 오빠 사이의 관계가 묘하다. 언제부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지만 자식들이 저만큼 컸는데도 오빠라는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참 보기도 민망하다.

방송 등 대중매체에도 남편을 오빠라 칭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 아빠를 자신의 아빠인 냥 자연스럽게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호칭을 바르게 해야 자식도 바른 호칭과 우리말의 관계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스스로를 어머니라고 칭했다. 의도적인 호칭이다. 어릴 때 엄마하고 부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바꿔주고 싶었다. 내가 어머니라고 습관적으로 하자 언제부턴가 아이도 엄마 아빠에서 어머니 아버지로 바꿔 불렀다.

어릴 때야 엄마 아빠도 좋지만 성인이 되고 자식이 생겨도 본인의 자식 앞에서도 아빠 엄마하고 부르는 것만은 막아주고 싶은 생각에서다. 나이 들어서 엄마하고 부르는 것보다는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정돈된 사람처럼 보인다.

나도 시동생을 삼촌이라도 부르면서 서방님이라고 고쳐 불러야지 하면서도 영 쑥스럽게 느껴져 마음뿐이지 잘 고쳐지지 않는다. 남편 친구를 부를 때도 누구 씨하고 이름을 부르면 좀 건방져 보이는 듯싶고 회갑도 넘은 사람을 아이들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뭣해 그냥 사장님이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얼버무리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아무리 애칭이라도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본인의 남편을 타인에게 말할 때 바깥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이 참 좋아보였다. 흔히들 자신의 아내를 안사람이라고 말하는 반대의 개념일 것이다. 호칭은 격에 맞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의 예의를 차리는 것이 좋다. 윗사람 앞에서 저희 남편께서는 하고 극존칭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소개할 때 아무개의 부인입니다 라고 말하는 경우도 간혹 본다.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많다보니 여사라는 호칭도 많이 사용한다. 이름만 부르기 뭣해 이름 뒤에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격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이름 뒤에 누구누구님 하고 부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씨보다는 님이 어감도 좋고 부르기도 편하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호칭도 변하고 언어사용법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우리말의 뿌리를 찾고 때와 장소에 맞는 호칭 그리고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호칭을 사용해서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문화인이 되어보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