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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나라가 사라지다니

 

 

 

‘2300년에 코리아가 사라진다.’ 나라가 없어지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옥스퍼드대학교의 데이비드 콜먼 인구문제 교수는 코리아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면서 한국이 저출산으로 사라지는 나라 1호라고 했다.

2018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총인구는 76억3천30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8천300만 명이 증가했으며, 행정자치부는 올해 8월 현재 한국의 인구가 51,812,153명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 국가 중 뒤에서 세 번째다.

경제협력 개발기구는 1950년 6·25 전쟁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인구가 1970년에는 2.21%에 달했다가 1990년은 0.99%, 2005년은 0.21%로 둔화해왔으며, 2017년에는 0.13%에 그쳤는데 2030년에는 -0.25%가 된 후 감소율이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수학적 데이터에 의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예측이므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빈말이라도 282년 후에 나라가 없어진다는 말에는 섬뜩하다 못해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연말연시에는 카드나 연하장을 주고받는 이가 많아 우체국 직원들은 밤샘했다. 그러던 것이 핸드폰과 인터넷으로 인해 지금은 손편지와 우표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레코드판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져 골동품점에 가야 볼 수 있고, 필름을 넣어 사용하던 사진기도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로 인해 밀려나는 추세다. 전에는 기차 탈 때 기차표를 사야 했지만, 지금은 표 대신 영수증만 준다. 전자결재를 하면 영수증도 핸드폰에 찍혀지기에 기차를 타러 들어갈 때 표를 확인하고 구멍을 뚫던 검표원도, 나올 때 그 표를 받던 직원도 없어졌다. 시내버스 표도 몇 년 전부터 사라졌다.

지구의 동물은 15분에 한 종씩 멸종된다고 한다. 식물도 비슷한 수준이다. 진화과정에 따라 생명체가 생성되고 소멸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사람들로 인해서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기에 날이 갈수록 과학이 발달할 터이니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동식물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인구가 줄어들어 나라가 없어 지리라는데 우리는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은 여성의 저출산보다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 더 크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선진국보다 10% 정도 낮다. 20대까지는 선진국과 비슷하나 30∼40대에서 급격히 낮아지고, 60대는 오히려 선진국보다 높다. 선진국은 20대에 높아진 경제활동이 50대까지 이어지다가 60대에 급격히 하락하는 반면, 한국은 30∼40대에 여성 경제활동이 하락한다. 그 이유는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20·30대의 취업난으로 결혼 기피를 선택하는 데 있다. 따라서 육아를 위한 대폭적인 지원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가장 좋은 저출산 대책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 자녀 교육비가 가계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다. 선거철이 되면 그럴듯한 청사진을 내 놓고 요란하게 떠들지만, 끝나고 나면 그만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은 훗날을 바라보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하므로 어느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 5천년을 지켜온 나라가 없어진다는데 이보다 더 중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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