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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연두생각 - 춘화첩

연두생각 - 춘화첩

                            /장철문



다시 올까? 썩은 가지는 떨어져 부서지고,

목이 없는 해바라기 대궁



지퍼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발아래

부서지는 서릿발

장다리 꽃필까? 얼음 박인 봄동



밤나무 가지에 비닐 걸려 날리고,

다시 싹틀까?

저수지

살얼음 위에 날리는 눈발



물오를까? 뒹구는 새의 부러진 뼈

머리는 부리를 달고

육탈을 기다려



다시 날아오를까, 연두는

우화(羽化)처럼

 

 

‘춘화첩’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계절이 지나버린 시점에서 봄의 시절을 회고하고 있다. “썩은 가지”, “목이 없는 해바라기 대궁”, “서릿발”, “얼음 박인 봄동”, “새의 부러진 뼈” 등은 모두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하며 스산한 풍경화를 그리는 대상들이다. 이들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쇠락과 소멸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비감과 위로가 섞여 그리워지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 심경이 복합적으로 읽힌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관대해지고 고상해지길 기대한다. 마법처럼 생의 비의를 알게 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바란다. 그러나 그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이상과 다른 현실에 우왕좌왕하고 초췌할 때 있다. “연두”로 상징되는 풋풋함은 앞으로 겪게 될 질풍노도와 좌충우돌을 가리키고 맨 마지막의 “우화(羽化)처럼”은 점철들로 이루어진 탈바꿈을 가리킨다. 한계를 시인하면서 역설적으로 지혜는 출발하고 있으니 새롭다 하겠다. /박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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