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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보다 인기 많은 특성화고 삼일공고 미래 선도할 글로벌 인재가 자라나고 있다

 

 

 

삼일공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소위 특성화고등학교 입학생은 성적이 낮아 인문계 진학을 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수를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특성화고에 떨어지면 인문계를 가야 한다. 수원 팔달구 매향동에 위치한 삼일공업고등학교가 지난 10월 개최한 입시설명회에는 500명이 넘는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특히 내년에 신설되는 3D융학콘텐트과와 경찰사무행정과에 높은 관심이 집중됐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였던 임연수 선생을 중심으로 1903년 설립돼 수많은 인재를 길러낸 삼일공고를 찾았다.

1903년 임연수 선생 중심 설립

1968년 화학공업과 설치로
전문인력 육성학교 자리매김

지역 곳곳서 동문들 활약으로
특성화고교 인식도 개선 한몫

2010년 발명특허 특성화고 지정
2016년 경기도 혁신학교로 선정

경찰사무행정·3D융합콘텐츠과
내년에 국내 고교 최초로 신설

이후 레저스포츠과 등 설치예정

정조의 효 정신 바탕에 인성교육
선배도 후배에 “꿈 가져라” 당부

 

 

 

 

일제시대 교회 유지였던 이하영, 임연수, 나중석 씨가 주축이 돼 설립한 삼일학교를 시작으로 발걸음을 시작한 삼일실고는 1968년 화학공업과를 설치하면서 전문산업인력을 육성하는 수원지역 중심 학교로 자리매김을 시작했다.

삼일공고는 1988년 삼일상고와 분리되면서 공업, 전자, 화학분야 전문가 인력 육성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하지만 1990년대는 소위 ‘암흑기’였다. 지나친 인문계 열풍으로 인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 도로에서 학교로 향하는 길은 쇠락한 구도심이란 말처럼, 교육환경에 좋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입시제도가 다양해지고, 수원 화성의 중심지에 자리한 배경은 수년 사이 ‘가고 싶은 고교’로 탈바꿈 되는 배경이 됐다.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대학교육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 동문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면서 지역사회 인식도 변했다.

2010년에는 특허청 지정 ‘발명특허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됐으며, 2016년 경기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로 선정됐다. 높은 취업률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나아가 내년에는 국내 고등학교 최초로 경찰사무행정과와 3D융합콘텐츠과를 신설한다. 2020년에는 레저스포츠과와 사물인터넷과가 신설될 예정이다. 모두 학생들이 선호하는 미래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학과다.

공업계 고등학교에 경찰사무행정과를 신설한 배경에는 1998년 국가에서 시행한 명예경찰제도에서 뿌리를 찾는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청소년 범죄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로 구성된 명예경찰제도를 도입하고 시도별로 1개 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했다. 경기도 시범학교로 삼일공고가 선정됐다.

현 김동수 교장이 당시 명예경찰 지도교사를 맡아 60명의 학생을 선발, 청소년 폭력이 빈번한 곳을 중심으로 순찰을 시작했다. 김 교장은 “당시 북문 조직폭력 단체 구성원들이 공고 인근을 찾아 폭력을 행사하고, 물품을 뺏는 일이 잦았다”며 “명예경찰 회원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주변 정화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학생자치경찰활동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명예경찰 활동이 20년간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졸업 후 경찰에 근무하는 졸업생도 생겨났고, 고교 최초의 ‘경찰사무행정과’ 탄생으로 이어졌다.

내년에 여학생을 대상으로 첫 전공자를 받는 경찰사무행정과는 컴퓨터 활용능력과 한국사 및 경찰학 개론, 형법ㆍ형사소송법 등을 교육하며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 정보보호요원 등을 육성한다.

 

3D프린터와 드론, VR 가상현실과 로봇 제작 교육을 중심으로 수업이 짜여진 3D융합콘텐츠과는 현직 교사 대상 각종 연수를 진행 중이며, 추후 전문 강사도 채용한다는 구상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도 학생중심교육의 청신호다. 인문계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개설하고, 인근 대학 등과의 협약으로 전공과목 선이수도 준비 중이다.

김 교장은 “현재 수원에 8개 특성화고등학교가 있는데, 삼일공고가 그 중심에 서는 것을 목표로 전 교직원이 노력하고 있다”며 “교육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일공고는 ‘미래시대를 선도할 창의적인 글로벌 기술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전문기술을 취득할 수 있도록 맞춤형 취업지도는 물론 해외연수교육, 매일 영어와 한자교육, 1인 1특허 출원을 목표로 한 각종 경진대회 개최, 정조의 효 정신을 바탕에 둔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올해 경기도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애니메이션부문 금메달과 드론 부문 은메달을 비롯해 각종 기능경기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각종 기술 전문분야별로 동아리 활동도 학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아주대 등과 MOU를 체결해 졸업 후 3년 이상 취업한 경우 특별전형으로 입학이 가능하다.

삼일공고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문의 명단이 게시된 것이 아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글과 사진이 게재돼 있다. 한국조폐공사에 입사한 김 모군(화학공업과 졸업), 수자원공사에 재직중인 강 모군 등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후배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말썽꾸러기들과 카누타고 텐트치고

학생들 변화시킨 체험학습의 ‘원조’

“변화 주도할 학생들 양성”

김 동 수 수원 삼일공고 교장


“고2때 사고친 저를 기술선생님이 때리더니 우시는 거여요. 그 눈물을 보고 ‘아, 제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반성을 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원래 제 꿈이 선생님이었어요.”

고향이 강원도 영월인 김동수 교장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툭하면 ‘촌놈’이라는 놀림을 받기 일쑤여서 학교 적응은 커녕 한때 싸움도 하고, 사고도 치고 다녔지만 그날 이후 학업에 매진했다.

이후 교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교직에 응시해 인문계고 2곳과 삼일공고에서 합격통지를 받아 고민 끝에 삼일공고를 택했다.

“인문계는 내가 아니어도 좋은 분이 많지만, 실업계고등학교에서 나와 같은 방황을 겪지않도록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더 보람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김 교장이 지난 1990년 막상 발령을 받고 나니 수학은 실업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비인기과목이었다.

김 교장은 부임 얼마 후 해양소년단을 창단해 소위 ‘문제아’들을 모아 주말이면 강을 찾아 카누 등을 하고, 방학이면 같이 해변을 찾아 텐트를 치고 살았다. 또 방과후에는 함께 축구를 하면서 땀을 흘렸다.

“아예 사고를 칠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김 교장은 “사고를 안치다보면 좋은 습관이 생긴다. 그렇게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보람이었다”고 말한다.

1998년 명예경찰제도가 생기고 이를 담당하며 경찰행정 관련 학과 개설을 꿈꿨다는 김동수 교장은 “경찰사무행정과를 설립허가 받았다는 자체가 삼일공고의 변화된 모습을 상징한다”며 “변화를 주도할 것이냐, 변화를 당할 것이냐를 자주 학생들에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변화를 주도할 때, 우리나라의 미래도 변화를 주도하는 국가가 된다”며 “창의교육의 중심에 삼일공고가 자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직수기자 js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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