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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이 있는 ‘마실’로 힐링하러 오세요

마을공동체 -안성 직장인밴드 뮤렉스 ‘마실’
안성서 활동하는 직장인 밴드 ‘뮤렉스’
박우덕이축제 등 각종 무대 초청 공연

2018년 3월 경기도 공간조성사업 공모
소설가 이재운 작가 주택 리모델링
책과 음악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 마련
10월 공연행사에 주민 150여명 참여
“작지만 소소한 사람들의 아지트 되길”

 

 

 

 

직장인들에게 가장 핫 트렌드중 하나는 워라밸이다.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의미한다. 좋은 직장의 조건으로 중요시 되기도 한다. 일 뿐 아니라 삶의 질도 중요시 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워라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일에 지친 직장인들의 힐링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등산, 자전거, 낚시 동호회 등 자신만의 취미 활동으로 힐링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 지고 있다.

음악이 좋아 모인 ‘뮤렉스’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직장인 밴드다. 뮤렉스는 자신들만의 연주 공간이 아닌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그 공간의 이름은 ‘마실’이다.

 

 

 

 

 

뮤렉스는 올해 6년차 남녀 혼성 직장인 밴드다. 현재 안성에서 활동하고 있다.

멤버는 총 7명으로 은행권에서 일하거나 일반 회사에 다니는 사람, 전기기술자, 학원원장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은 모임 합주실을 별도로 마련,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또 이 공간에서 지인들을 초청, 자그마한 정기 공연도 연다.

지난달에는 안성 바우덕이 축제 때 오프닝 공연에 초청돼 연주를 하기도 했다. 오프닝 공연에선 이종현의 ‘내사랑아’,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나’,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을 선보였다. 또 다문화체육대회 등 각종 체육회들이 통합해 진행하는 송년회 밤 같은 무대에도 단골로 초청돼 공연을 하고 있다.

뮤렉스는 어느 일반 직장인 밴드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음악을 즐기는 동호회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책이다.

책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김정갑 뮤렉스 대표는 ‘책과 음악이 있는 곳, 마실’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아내가 책을 좋아 한다. 독서모임도 하고 있고, 작은 도서관을 하나 갖는 게 아내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김 대표와 그의 아내 원순재씨는 경기도의 마을공동체지원 공간조성사업에 공모했다. “음악은 음악대로 공간이 있고, 또 책도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다”는 김 대표다.

 

 

 

 

김 대표는 공간조성사업을 통해 안성시 실왕길에 있는 일반주택을 리모델링, 당초의 목적대로 공간을 꾸몄다. 거실 한편에는 음악 합주실을, 나머지 방마다는 독서를 할 수 있게끔 조성한 것.

마실로 리모델링한 이 주택은 당초 소설가 이재운 작가의 주택이었다.

이 작가는 평생 모은 만여권의 책을 기증하려 했으나 시청이나 도서관 등 그 많은 책을 둘 곳이 없어 포기상태였다. 그러던 중 이 작가가 아이들 교육 문제 등으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고, 남겨진 주택을 뮤렉스가 리모델링해 마실로 재탄생 시킨 것.

김 대표는 마실의 콘셉트가 책과 음악 두 가지인 이유로 “음악은 음악대로, 책은 책대로의 장점이 따로 있고, 두 가지를 함께하면 시너지도 더 좋다. 또 책이 있어 음악이 없는 시간에도 늘 사람들이 오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모이지만 공간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는 게 김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지자체에서 박물관 등의 건물을 지어놓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지속가능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공간이다. 사람과 연계된 공간이어야지 공간과 공간만 연계돼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기타를 전공했다. 그의 아들은 버클리 음대를 졸업 후 한 고등학교 교사로부터 대학교 진학하지 않으려는 청소년들을 가르쳐 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일정이 맞지 않아 못했던 아들을 대신에 김 대표가 나서 두어 달을 가르쳤다.

이 청소년들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이었다. 김 대표는 교육 마지막 날 사비를 털어 청소년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아이스크림에는 그동안 잘 참고 견뎌줘 고맙다는 의미가 담겼다. 김 대표의 이런 소소한 행동에 감동을 받은 청소년들은 기타에 관심을 가지고 꿈을 찾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모든 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이러한 스토리들이 모여 ‘마실’이란 공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 막 시작단계인 마실이지만 김 대표의 목표는 뚜렷했다. 음악을 하고 싶을 때 공간이 없어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이를 통해 그 사람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했다.

김 대표는 “소규모 엄마들의 모임, 미혼모 모임 등을 이 공간에서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 작지만 소소한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아지트가 되길 희망한다”며 마실의 의미를 다시 한번 부각했다.

지난 8월 16일 말복 때 뮤렉스는 마실에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 점심으로 삼계탕을 대접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뮤렉스에 감동을 받아 마실에 필요한 휴지, 방석 등 생필품을 기부하기도 하고 음식을 냉장고에 채워 놓기도 했다. 마실은 마음 편히 저녁 먹고 슬리퍼 차림으로 올 수 있는 주민들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

지난 10월에는 ‘어느 멋진 날’을 주제로 음악 공연행사를 기획, 주민에 소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마을 이장한테 구하자 주민 모두 흔쾌히 승낙했다. 게다가 당초 50명 정도를 예상한 행사 관객은 주민의 참여로 150여명에 달했다. 참여한 주민들은 스스로 음식까지 준비, 행사를 더 풍족하게 했다. 마실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김 대표는 “이번 행사는 참여인원에 비해 준비가 덜 됐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앞으로는 보다 알차게 무대를 준비해 외부 관객과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여원현기자 dudnjsgus1@


 

 

 

 

 

“음악 하고싶은 사람엔 무대를, 책 좋아하는 사람엔 독서공간을”

김정갑 뮤렉스 대표

이제 시작단계… 부부가 기획 도맡아

한옥집 앞마당 같은 환경 조성 목표


- 마실 운영 주체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현재는 주인인 우리 부부가 기획을 도맡아 하고, 참여 회원들은 서포트 역할을 주로 한다. 회원들이 기획까지 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해 고민중이다.

- 직장을 그만 두었다. 뮤렉스 운영 때문인가.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대기업에 근무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과 직업으로 해야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고민 끝에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판단이 섰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뮤렉스에 들어오게 된 계기인 셈이다. 중년층의 언젠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맞는 말이 아닐 수 있으나 시기를 놓치면 하고 싶어도 못할 수가 있다. 돈과 하고 싶은 것, 분명한 차이는 있으나 선택에 후회는 없다.

- 마실의 목표는.

누구에게나 멍석을 깔아주자는 개념이다. 일례로 음악에 관심이 크고, 어느정도 실력을 갖춰도 개인이 콘서트를 하기에는 무리가 크다. 이런 분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자는 것이다. 도서관 운영도 기획중이다. 이재운 작가의 책을 모두 기증 받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나 현재의 공간을 단순히 확장하는 개념의 도서관이 아니라 한옥집 앞마당 같은 풍경에서 누구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여원현기자 dudnjsgu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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