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원장님의 슬픔
[목요논단]원장님의 슬픔
  • 경기신문
  • 승인 2018.11.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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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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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곤(주)비상교육 자문위원
김만곤 (주)비상교육 자문위원

어디서든 꼴사나운 짓을 하는 남성이 보이면 그 순간 전 제가 ‘수컷’인 게 남사스러웠습니다. 원장님은 어떻습니까? 제가 지금 떠올리는 원장님이 제 기대대로 여성이라면, 그런 꼴을 보이는 눈앞의 여성이 어떻게 보였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주제넘은 것일까요? 자식에게 몰래 시험문제를 알려준 어느 교사에 대해, 같은 억양의 동향인에 대해, 먼 이국땅에서 만난 한국인에 대해, 그 품위 없는 짓을 저지른 그와 저는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몇 날 며칠 신문 방송에 어느 사립유치원 원장 얘기가 나오는 걸 보는 느낌에도 그런 정서가 배어 있었을까요? 전수조사를 하느니 마느니 할 때는 우리 동네 유치원들을 바라보며 ‘저기도 그럴까?’ 생각하다가 ‘아니야!’ 하고 눈길을 돌리곤 했습니다. 혹 유치원 선생님들도 이런 느낌을 갖는 건 아닐까요? 알려진 일들이 워낙 속된 것이어서 차라리 ‘에이, 쪽팔려!’ 하시지나 않았을까요?

유치원 체크카드로 ‘루이비통’ 가방도 사고 아파트 관리비도 내고 숙박업소, 성인용품점, 노래방에서도 교비를 썼다면서요? 창피하기로는 막장 같은 사실 그 자체보다는 ‘알리미’인가 뭔가 하는 사이트의 그 유치원 평가소견에는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교수·학습방법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등 칭찬들만 적혀 있고, 위반 내용에는 “해당 사항 없다”고 되어 있더라는 사실이 아니었을까요? 정말이라면 그 ‘알리미’ 꼴이 뭐가 될까요? 도대체 누구에게 뭘 알려줄 수 있을까요? 그걸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교원들에게는 이미 조롱거리로 전락하지나 않았을까요?

개인보험료를 낸 경우, 남편에게 운전기사 보수를 지급하고 100만원이나 되는 아들 전화요금도 낸 경우, 닭 3마리를 200명에게 먹였다는 경우, 비자금을 마련하고 개인 빚을 갚은 경우도 있긴 했지요.

전국에 유치원이 9천 곳이 넘으니까 당연히 각양각색이겠지요. 더구나 회계 착오일 뿐인 경우야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그만이고 차라리 다행이겠지요. 이참에 여론을 수렴하고 유치원 측 얘기도 들어서 좋은 제도를 마련하고 법률도 다듬고 하면 전화위복일 테니까요.

문제는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아닐까요? 오죽하면 배신감이라고까지 했겠습니까? 배신감이 뭔가요?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내 자식을 소중하게 여기시는, 그러면서도 도도하기는커녕 누구보다 다정하고, 얼마든지 미더운 바로 그 “우리 원장님”이 검은 옷을 입고 ‘상복투쟁(喪服鬪爭)’을 했다는 소식까지 들렸잖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몇몇 유치원의 비리로써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는 주장도 슬픔에 싸인 원장님께 위로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호화롭게 살고 싶으면 유치원 설립 자금으로 차라리 다른 사업을 하는 게 낫겠지요. 그 돈이면 웬만하면 연간 5억 원은 남지 않을까요? 교육부·교육청에서야 무슨 수로 그만한 돈을 벌 수 있게 해줄까요? 돈 문제가 아닌가요? 그럼 얼른 그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장님께서 교육청·교육부 공무원들, 유아교육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 그 누구에게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날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길이 없진 않겠지요? 담당 공무원, 감사관, 국회의원, 장관… 언제 어느 곳에서든 그 누구의 눈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으면 되겠지요. 국·공립을 늘리면 어떻습니까? 세계적인 명문은 거의 사립이 아니었나요? ‘에듀파인’인지 뭔지, 그 회계 방법이 초·중등학교 다 놔두고 하필 유치원을 괴롭히진 않겠지요.

원장님께는 저 아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고운 눈이 오늘도 원장님을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까? 다 그만이죠. 어차피 그 아이들의 눈높이로 살아가야 할 사람,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도 감사관도 국회의원도 아니죠. 오직 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원장님뿐이므로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있는 이들의 아름다운 힘을 누가 넘볼 수나 있겠습니까?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을 끌어안아 줄 수 있는 힘 역시 원장님의 것이죠. 부디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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