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과연 혼자서 그 모든 성공을 이루었을까? 독불장군으로 유명했던 스티브 잡스였지만, 조나단 아이브, 팀 쿡 등 그와 손잡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애플의 신화는 쓰기 어려웠을 테다.

최근 ‘JTBC 뉴스룸’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가 있었다. 이국종 교수는 의료계 내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증외상센터의 진료체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 적절하지 않은 예산 배정, 응급헬기의 착륙지점의 제한 등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지 않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그는 “환자를 치료하고, 살리면서 어려운 일을 하는 이유가 아주 간단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으니까요. 좋은 동료들하고 같이 일하는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고. 세속적으로 물들지 않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어떻게 보면 바보죠, 바보”.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는 동료들이 주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단다.

뛰어난 스펙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늘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입사지원서에 적혀 있는 숫자만으로 인재를 선별하지 않으려 한다. 회사에 들어와 동료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도 중요하게 여긴다. 인사평가를 할 때도 성과창출을 기준으로 삼되, 성과창출의 과정에서 협업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따져본다. 개인의 능력으로 창출할 수 있는 성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굳이 협업과 조직 내에서의 인간관계를 강조하지 않아도 많은 직장인들이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평가요소와 관심사 그리고 평소에 소중히 생각하는 것 중에서 인간관계가 두 번째로 높았다. 업무능력이 1위였고, 인간관계, 학벌이나 배경, 돈, 승진, 건강, 가정 순이었다고 한다. 업무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관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무능력도 학창시절처럼 혼자서 열심히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으로는 키울 수 없다. 직장이나 사업, 심지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정보이다. 소중하고 차별적인 정보를 통해 각각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데, 이 정보는 주로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지고 전달이 이루어진다.

인간관계, 즉 대인관계의 중요성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고정관념이나 선입견과 편견을 깰 수 있는 자극의 계기와 발상의 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신화는 히딩크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한 덕분이었다. 새로운 훈련방식뿐만 아니라 시합 중에는 위계질서를 따지지 말고 서로 이름을 부르게 하여 소통과 호흡을 맞추게 했던 것은 그동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히딩크라는 사람을 통해 국가대표선수들은 발상의 전환으로 더욱 높은 경기력을 가질 수 있었다.

대인관계는 개인적인 브레인을 두는 효과도 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지식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담당업무의 효과적인 완수에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다. 필요한 인력을 소개받을 수 있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위급한 상황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도 믿음직한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당신의 가장 소중한 재산은 금융자산이 아니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재산은 일터에 있는 당신이 일하는 곳의 사람들이고,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내용들과 협동할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했다. 인간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새로운 기회를 만나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제안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최고의 정보 창고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지금 내 주변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