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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다단계에 관하여

 

 

 

삼 년전 어느 날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평소 믿고 지내는 친구인데 보자고 해서 친구 사무실로 찾아갔다. 반갑게 맞이하면서 의자에 앉기가 바쁘게 늘어놓는 이야기가 여행을 값싸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내게 가입을 권유한다.

친구이기에 별 의심 없이 가입을 하는데 보니 국내에서는 사업승인도 받지 못한 회사이나 금방 사업승인을 받을 거라 했다. 매달 카드 결제를 통해서 미화로 120불이 나가도록 자동으로 등록을 해야 한단다. 친구의 권유도 있고 여행을 좀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있던 터라 불입한 돈은 어떻게 되는지 물으니, 적립이 되며 언제나 필요하면 쓸 수 있다고 염려 말라 한다. 그리고 이 년이 넘을 즈음 친구와 만날 기회가 있어 이번에 유럽 여행을 가려하는 데 적립한 거 한꺼번에 쓰려 한다고 말하니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친구가 난색을 표한다.

“야! 그거 일 년이 넘으면, 쌓인 포인트가 사라지는 거야. 그리고 쌓여있는 것도 그렇게 한꺼번에 다 쓰는 것이 아니야. 지역마다 상품마다 달라. 나도 몰랐어, 적립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네, 나도 내 것만 남기고 와이프랑 아들 것은 진작 해지했어.”

정말 이럴 때는 친구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뭔 소리야, 이게 지금 말이야 욕이야’라며 정말 한마디 쏴주고 싶은데 그래도 초교 친구이니 꾹 참고 괜찮은 듯하며 한마디 건넨다.

“야! 그러면 빨리 아무데라도 갔다 와보게 추천 좀 해”라고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도 친구이니 미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 어디 한 군데라도 얼른 다녀와서 “야! 이건 내게 안 맞아”하고는 해지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미국계 회사에 사무실도 홍콩에 있으니 모든 업무가 영어로 이루어지니 사실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리고 몇 번 전화가 오기는 왔다. 그런데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을 권하며 그것도 적립한 거는 쓰는 용도가 따로 있고 별도에 돈으로 일시불 결제를 해야 한단다. 그것도 대여섯 달 후에 가는 것을 말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 이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화가 났다. 그래서 한마디 물었다. 예약도 좋고 결제도 좋은데 5~6개월 뒤에 만약에 못 가게 되면 환급은 해주는지 물으니 그건 안 되고 꼭 가야 한단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야! 90이 다 되어가는 부모님이 계신데 5~6개월 뒤를 어떻게 장담을 하고 그걸 예약을 하니 그때그때 때마다 일주일 내외는 모르겠는데 5개월 뒤에 한 달씩 걸리는 여행을 일시불로 예약하라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하란 말이냐, 너 지금 맨정신이냐 하면서 나는 그렇게는 못 한다”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기 바쁘게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잘라 버리고 분실 신고를 했다. 그렇지 않고는 정상적으로 해지할 방법이 없었다. 홍콩으로 전화를 해서 해지를 하라는 데, 말이 통해 가깝기를 해 그거 해지하자고 홍콩을 다녀온다는 것도 그렇고 참 난감했다.그래서 결단을 내린 게 카드를 없애는 것이었다.

다단계 피해를 예전에도 당해 봤지만 이렇게 눈 뜨고 당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 해봤다. 120불씩 40개월 정도 부었으니 그 돈이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끊어 버리게 된 것도 다행이란 생각이며 실은 다단계에 순기능에 대하여 쓰려 했는데 허락된 지면이 거기까지는 갈 수가 없으니 다음으로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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