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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그대들이 관피아를 아는가?

 

 

 

 

 

올해 2월 ‘경기시민연구소 울림’이라는 단체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가 추진해야 할 3대 핵심 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이 있었다. 2017년 3월 출범한 이 단체는 경기 경실련과 연대해 정치·사회 운동을 벌이는 단체다.

그런데 3대 핵심과제 중 ‘산하기관 관피아 청산’이 포함되었으며, 정치중립을 지키며 공무에 전념해야 할 한 경기도 산하기관장이 이 단체의 이사라는 점이 의아했다. 도내 어느 산하기관에 관피아가 있으며, 어떤 폐해를 일으키고 있는지, 관피아가 핵심과제에 포함될 정도로 절실한 과제인지, 진정 관피아의 의미를 아는지 반문하고 싶다.

관피아로 단정 지으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

우선 퇴직 후 산하 기관·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전에 근무했던 행정기관 공무원들과 조직적이고 은밀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상호 공조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여야 한다. 이런 행위는 개인의 부당이익에 한하지 않고 행정기관과 재취업기관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의 하나가 해수부-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 간의 뿌리 깊은 부패고리였다. 관례적으로 해수부 직원들이 퇴직 후 이 두 기관의 간부로 근무하면서 회원 선사의 이익을 위해 선박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였을 뿐 아니라, 이 두 단체에 대한 해수부의 감독업무를 약화시키거나 안전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공무원이나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수부는 자신들의 선배가 근무하는 곳이고, 장차 자신들도 퇴직 후 근무할 곳이므로 문제점을 알면서도 제대로 지적할 수도 없었다.

다음으로, 관피아는 정년퇴직(60세)을 하고 산하기관이나 관련 업체에 재취업하는 경우이거나, 정년 전이라도 재취업 기간을 합산하면 정년보다 긴 것이 보통이다. 일종의 특혜인 셈이며, 이러한 사례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로 적어도 경기도의 경우, 산하기관에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하고 있는 전직 공무원 중에서 위에서 언급한 두 조건에 부합하는 관피아라고 여길 만한 사람들은 없다. 관피아 노릇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을 관피아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 현상이 확산되고, 그것도 모자라 산하기관에 가는 사람은 다 관피아라 부르는 ‘의미변화’까지 발생한 것은 서글픈 일이다.

여기서 관피아 운운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관피아라는 사회현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불합리한 인사제도로 인해 관피아라는 오명을 쓰는 퇴직공무원이라는 점이다. 정년퇴직 후라면 모를까, 정년 전에 산하기관에 가기 위해 퇴직을 자원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고령화 추세와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공무원의 숙련된 경력을 활용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제도를 채택, 65세까지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 가고 있는 마당에, 어느 누가 정년도 못 채우고 낯선 산하기관에 가고싶어 하겠는가?

오랜 인사폐단이 당사자의 행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후배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퇴직을 강요하고 있으며 따르지 않으면 인사권자는 물론 후배들에게서 비난의 뭇매를 맞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닌바, 정년을 1년 6개월 남겨 놓고 명예퇴직을 요구받았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 생계를 위해 정년 잔여기간 동안 근무하게 된 산하기관에서는 전임자가 그랬듯이 잠시 머물다 갈 나그네에 불과했고, 공직의 연장 선상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려 들면 어느새 관피아라는 호칭이 나돌았다. 관피아를 탓하기 전에 관피아를 생성하는 제도부터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나이 60이면 청춘인데 공무원이 법이 정한 정년도 못 채우고 산하기관에 보내지는 것은 당사자나 해당 산하기관 모두의 입장에서 유쾌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제 이런 적폐는 청산할 때가 됐다.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한 재취업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소용돌이 같은 국가성쇠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고 오직 공복(公僕)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달려온 퇴직 공무원들에게 관피아라는 꼬리표를 함부로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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