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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와 시대의 희생양

 

 

 

바야흐로 대학입시의 계절이다. 지난주 전국적으로 59만여 명이 수능을 치렀고 대학별 논술고사도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며 수시와 정시, 학교의 선택, 면접과 실기 등 최종 합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수험생들을 보면 초·중·고 12년의 학창시절이 마치 대학입시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얼마 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사전유출 사건도 결국 이 시대가 만든 것이다. 아빠인 전 교무부장은 구속되면서까지 억울하다고 했다니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시험지 유출이 사실이라 해도 이 땅의 학부모들은 그렇게까지 해서 자식을 명문대에 입학시키려 했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감히 시도해 보지 못했을 뿐이다. 2년 전 이 땅을 뒤흔든 최순실 사건에서도 딸 정유라에 대한 대학입시와 재학 중의 특혜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일파만파 사건을 키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들은 모두 이 시대가 만든 희생양이다.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근본 틀을 바꾸기 전에는 이런 사건들이 계속될 것이다.

개인적 일탈이기 전에 교육과 대학입시 제도의 문제

명문대에 가고 싶은 것은 우리 의식 속에 엄연히 명문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나와야 취업과 결혼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명문대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모든 대학을 명문대로 만들거나 모든 명문대를 비명문대로 만들어야 해결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 우리 의식 속에 있는 구분을 없애지 못한 채, 사교육을 없애고 대학입시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은 허구다. 지난 8월, 두 달 동안 27억여 원을 쓰고도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차라리 솔직하다.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수시전형, 특히 학생부 전형을 강조하던 전 정부, 정시를 권장하고 수능 위주 전형 30% 이상을 권고한 현 정부의 입시안은 모두 실패할 것이다. 올해의 ‘불수능’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으로 불거진 학생부 불신의 여파이거나 정시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입장에 따라 수능의 변별력을 높이려 한 결과일 것이다. 아무튼 실제로 경쟁이 존재하는데 이를 외면한 채 외형만 바꾸는 것으로는 백 년이 지나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시대에 걸맞은 인재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역대 정권은 모두 사교육문제 해결과 학벌주의 타파를 내걸었다. 이전 정부는 공무원과 금융권 등에 고교졸업자 전형을 만들었다. 현 정부는 학벌과 출신지를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지방대 출신 우대정책도 확대했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었나? ‘학벌이 아니라 능력’이려면 학벌이 아닌 다른 평가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새로운 기준은 제시된 바 없으니 학력이나 출신대학을 무시할 수 없다. 무시할 수 없는데 정부는 무시하라고 한다. 국민의 눈에는 코미디처럼 보인다. 인재의 능력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일을 시켜보는 것이다. 일을 맡겨서 적임자가 아니면 해고하고, 그만둔 사람은 자기에 맞는 다른 자리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그렇고, 유럽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취업은 힘들지만 쉽게 해고되지는 않는다. 공무원뿐 아니라 공기업이나 대기업도 그렇고 유망한 직종은 다 그렇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리도 확고하니 빈자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재취업이 어려우니 현 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참고 버틴다. 취업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결혼을 기피하고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저출산은 인구감소와 경제침체로 나타난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현실에 존재하는 경쟁을 인정하되, 서로 다른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모든 대학을 단일 잣대로 평가하고, 단일 수능으로 전국적 줄 세우기를 하는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 대학별로 특색 있는 교육과 이에 맞는 인재를 뽑을 수 있고, 평가는 정부가 아닌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 21세기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이며, 투자의 대상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다. 전국적으로 단일교육, 단일입시를 하면서 창의적 인재를 원하는 것은 붕어빵 기계로 다양한 케이크를 만들라는 격이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수능 수험생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획일화된 이 시대의 희생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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