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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법원장에게 날아든 화염병 의미

어제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70대 남모 씨는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친환경인증 부적합을 받아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가 1·2심에서 패소했다. 남 씨는 9월부터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했고 10월 김 대법원장의 퇴근 차량에 뛰어들기도 했다. 남 씨는 이달 16일 대법원이 자신의 패소를 확정하자 을지로에서 시너를 샀고 급기야 김 대법원장을 습격했다.

어떤 이유든 삼권 분립의 한 기둥인 사법부의 수장을 겨냥한 화염병 투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재판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나 법관 비판 등은 있었으나 대법원장을 이런 식으로 물리적으로 공격한 일은 없었다. 2010년 1월 PD수첩 광우병 보도 무죄 판결 후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용훈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계란 6개를 던져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화염병 투척은 전정권 사법부의 사법 농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현 사법부의 후속 개혁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국민의 사법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경고음으로도 들린다. 양승태 사법부의 고위 법관들이 무더기 수사를 받는 데 이어 관련 현직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를 두고 법원 내에서는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다. 김명수 사법부는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3차례 자체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검찰 압수수색에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이 나왔다.

남 씨는 그간 시위에서 줄곧 ‘공정한 재판’을 촉구했다고 한다. 그는 “왜 화염병을 던졌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권익을 찾기 위해서요”라고 답했다. 남 씨 개인의 소송이 승복할 만한 판결이었는지와 별개로 공정한 재판이야말로 국민이 사법부에 바라는 최고의 가치다. 고위 법관이 어느 대통령 때 임명됐는지와 관계없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어야 국민은 사법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지 않는다.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은 최근 행정부의 이민자 망명 금지를 위법으로 판결한 판사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판사’라고 비판하자, 곱씹어볼 만한 성명을 내놓았다. 로버츠 대법관은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게는 자신들 앞에 선 사람들에게 공평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이라는 비범한 집단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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