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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원문학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발상한 아이디어를 미국에서 실용화하고 일본에서 상품화한다는 말이 있다. 기술문명의 원천이 인문학이라는 것을 에두르는 말이다. 누가 뭐래도 유럽은 인문학의 선진사회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다. 당시 첨단기술이던 대부분의 발명품은 유럽에서 시작된 것들이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근의 첨단기술의 원천 아이디어도 대부분 유럽에서 발상된 것들이다. 요즘 가장 주목을 끄는 바이오산업의 핵심 줄기세포기술과 인공지능기술의 로직기술도 그 발상지는 유럽이다.

필자가 지난 4월에 발표했던 소설 ‘칠십일의 비밀’을 시작할 때였다. 역사적 사실을 엮는 소설이므로 많은 사료와 자료가 필요했다. 자료 수집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의 역사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대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연구학자들이 내놓은 자료와 사료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일본의 자료는 달랐다.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였지만 학자는 물론 상당수의 일반인들까지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양한 지원제도가 작동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누구나 연구에 참여할 수가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필자의 소설에 일본의 연구 성과물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것도 그런 여건 덕분이다.

수원시의 시정방침은 인문학도시의 구현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수원문학’에 대한 지원이 있었다. 물론 만족스러운 지원은 아니었지만 박병두 회장이 이끄는 계간 ‘수원문학’이 전국 문학지 콘테스트에서 3년 연속 최우수문학지로 선정된 데에 힘이 되었다. 3년 연속 최우수 문학지로 선정된 사례는 처음이다. 대단한 성과다. 여타의 시·군에서 발간하는 지역문학지보다 ‘수원문학’은 편집과 작품 수준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여 심사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정되었다는 한국문인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원시의 지원이 마중물이 되어 이룬 성과다.

얼마 전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상을 수상한 일이 있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가 일약 세계적 작가로 등극했다. 그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콜라보레이션의 결과물이다. 물론 작품성이 뛰어났기에 얻어진 결과이기는 하다. 그러나 작품성을 제대로 살려낼 번역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보통의 작품으로 남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소설 헤리포터를 쓴 영국작가 조앤 롤링도 무명시절 스코틀랜드 신인작가 창작지원금을 받아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이루어낸 성과를 열거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다. 이를테면 문학작품도 다듬고 가꾸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수원에는 400여 명의 문학인이 활동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문학인들까지를 감안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수원은 125만 명의 대도시다. 어떤 역량이 내재되어 있을지 모른다. 발굴하여 다듬고 가꾸어야 한다. 수원은 인문학 도시이다. 정조대왕의 인문과 실용정신이 결합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지 영감이 번득인다. 수원시민은 누구나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될 수가 있다. 약간의 도움으로도 가능하다.

문학관이 필요한 이유다.

문학관은 단순히 하드웨어만은 아니다. 문학이 서로 교감하여 관념의 변화를 도모하고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공간이다. 다양한 정보가 만나 서로 다른 요소를 결합하고 조화시켜 새로운 질서와 세계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이다. 유럽의 경우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과학문명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역사와 미래가 만나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광장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플랫폼이 없다. 즉 인문학도시 수원에는, 위상에 걸맞은 문학관이 없다는 얘기다. 수원의 문학인과 시민이 맘껏 호흡하며 역량을 쏟아내고 담을 만한 그릇인 미래지향의 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 그리하여 수원의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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